[기자수첩]싸이메라와 여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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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에서 성형 전 사진이 공개되면 여성 연예인은 어쩔줄 몰라서 당황한다. 시청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박장대소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성형 커밍아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성형수술 덕분이 아니라 원래 예뻤다고 보이고 싶은 게 바로 여성의 속마음이다.

여성이 애용하는 서비스나 상품은 모름지기 여심(女心)을 잘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곧 나올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핵심 서비스 싸이메라 2.0은 조금 걱정스럽다. 새로 나올 싸이메라는 지인과 함께 사진을 보정(리터치)하며 소통하는 서비스다. 기존 사진 중심 SNS가 사진과 댓글 중심으로 소통했다면 싸이메라2.0은 친구와 사진을 함께 수정해 나가며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게 다르다. 사진을 고치는 과정에서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많은 여성이 싸이메라를 애용했던 이유는 단순히 사진 보정의 재미 때문이 아니다. 리터치로 턱을 깎고 코를 높이며 눈에 써클렌즈를 씌우는가 하면 잡티를 제거하는 이유는 재탄생할 ‘새로운 나’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픈 과시욕에 있다.

무엇인가 뚝딱뚝딱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작업의 ‘결과’에 관심이 있다. 그런데 싸이메라는 리터치 ‘과정’에서의 소통과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보정은 함께 즐기는 놀이거리가 아닌, 골방에서 몰래 한 후 나올 결과물의 가치가 더 큰 서비스다. 여성이 공개적으로 본인의 얼굴 사진이 ‘성형되는 과정’을 지인에게 보여주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연예인의 혹독한 ‘성형 커밍아웃’과 다를 바가 없는 이치다. 싸이메라2.0이 여심을 제대로 읽긴 읽은 것일까.

어찌됐든 SK컴즈가 싸이메라 2.0에 거는 기대는 큰 것 같다. 작년 말 구조조정 이후 싸이월드까지 분사시킨 마당에 남은 밑천이 바로 싸이메라다. 전 세계 8000만 내려받기라는 기록을 가진 싸이메라는 ‘제2의 라인’을 꿈꾸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했다. 싸이메라 2.0이 전 세계 여성을 사로잡는 서비스로 도약하려면 그간 싸이메라를 이용한 ‘여심’을 다시 한 번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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