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특성대학 정치 논리 안 될 말

각 지역에서 과학기술원 설립 경쟁이 벌어졌다. 거론된 것만 다 성사돼도 전국 과기원이 16개나 생길 판이다. 지금보다 4배나 늘어나는 셈이니 ‘너도나도’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하다.

과학기술원은 고급인력 양성을 목표로 만든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이다. KAIST에서 보듯 나름 성공적인 정책이다. 과학기술원을 거친 인재들은 대학과 연구소뿐만 아니라 산업계에 활발히 진출해 인재난을 덜었다. 여전히 과학기술 인재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다. 인적 인프라를 풍부하게 할 과학기술원 강화와 확대는 필요하다. 다만 정확한 수요 예측과 질적 향상을 전제로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예산은 한정됐으며,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온 과기원 설립 추진 양상은 이러한 원칙과 거리가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역 정치인의 정치 생명 연장 도구로도 쓰이는 듯하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과기원 신설이 해당 지역 국립대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줄어 신입생 유치도 버거운 지역 국립대를 키울 방안을 찾기 바쁠 텐데 악화시킬 일에 골몰한다니 순서가 잘못 됐다.

지금 급한 것은 수를 늘리는 것보다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정 늘려야 한다면 지자체를 넘은 광역권 차원에서 검토해 최소한으로 신설하되 반드시 예산 확대와 기존 과기원 질 유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 점에서 과학기술원은 미래부, 일반 대학은 교육부로 이원화한 교육 지원 체제를 원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기술과 산업 육성에 인력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공계 대학만큼 미래부가 직접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정책을 몰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원과 정부출연연구소와 같이 정부 예산을 받는 대학, 연구소에 해당 지역 대학, 특히 국립대학을 연계한 이공계 인력 양성과 연구 질 향상 프로그램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이 많다고 하지만 특정 분야가 쏠려 정작 인력이 모자란 기술 분야가 수두룩하다. 정치 논리가 과연 이렇게 진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지금껏 정치논리가 앞서 성공한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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