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규제의 덫에 걸린 신용카드산업

Photo Image

연초부터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보유출 책임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일부 카드사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카드사도 신사업 구상 등 경영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 한 해 농사는 접었다고 할 정도로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15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통해 국민경제에 기여해 왔다. 2013년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 200만장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약 3.9장을 소지하고 있고 민간소비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신용카드산업은 IT산업 등 연관산업과의 융합(컨버전스)을 바탕으로 산업 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창조경제 실현에도 부합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지난해 11월 당국은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10년 내 10%로 높이겠다는 금융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금융산업별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당초 추진계획이 카드정보유출 사태 여파로 다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산업은 모든 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혈맥과도 같은 존재며 개인정보와 신용정보는 금융산업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산소와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이러한 산소의 양을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금융산업은 산소량이 부족하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집정보의 제한으로 올바른 신용평가를 하지 못해 일어나는 부실대출과 자산의 건전성 악화가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건전성과 시장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번 카드정보유출은 정보보안 매뉴얼을 준수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인재(人災)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데에 따른 비용이 너무 큰 탓에 인재라고 책임을 돌리기에는 그동안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금융기관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신용카드업계는 거듭나야 한다. 정보보안에 대한 시스템 정비와 더불어 보안의 책임을 지고 있는 임직원에 대한 교육에 역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이뤄놓은 신용사회가 이번 사태로 퇴보해서는 안 된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10년이란 시간을 보낸 지금 정말로 필요한 대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개인정보의 규제로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게 되면 금융기관의 역선택과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 전가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월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조경제와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통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벤처산업 육성과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이미 신용카드산업에서도 정부정책에 부응해 부가통신사업자(VAN)의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 추진과 VAN단말기의 정보보안을 위한 VAN대리점 등록제, IC단말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의 의미는 모든 산업부문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자는 데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카드업을 제외한 여타 금융산업의 업무범위를 포함한 법령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한다고 한다. 신용카드사의 정보유출로 인한 책임을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산업 간 규제정책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금융산업 간 규제의 형평성은 확보돼야 한다. 이미, 카드산업에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화영업 규제, 고객정보 활용 제한 등의 추가적인 규제조치가 가해진다면 오히려 기형적 시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산업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kks1038@crefia.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