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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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시절, 금융권은 앞다퉈 고졸 직원 채용을 늘렸다. 청년 실업 해소와 누구에게나 동등한 취업 기회를 준다며 많게는 기존 인력 대비 4배 이상 뽑는 곳도 있었다.

언론 또한 앞다퉈 대형 은행 입사에 성공한 특성화고 학생과 고졸 인재 기사를 쏟아냈다. 학력 차별이 사라진, 그리고 뛰어난 스펙이 없어도 금융권의 취업문은 활짝 열려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고졸 취업 예정자들은 실업자로 내몰릴 처지가 됐다.

경쟁적으로 늘렸던 금융권 고졸 채용 붐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뚝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이 자리를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이 가져가는 구조가 됐다. 고졸 채용은 줄고 경력 단절 여성 채용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고급 여성 인재 채용을 늘리자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금융권 취업 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국내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고용을 지속적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정규직 인원도 증가하고 고용구조도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 고용인원과 책임자급 여성 비율이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여성의 고용실태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졸 채용 언급은 아예 없다. 정권 따라 춤추는 금융권 일자리 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올해 고졸 채용을 계획한 금융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채용 예정 인원도 반 토막 났다.

지난 정부의 핵심 고용 정책이었던 고졸 채용이 흔들리면서 정부와 은행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경단녀도 채용 대책도 4년 뒤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게 뻔하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재’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자리를 채우는 인력구조야말로 금융권이 개혁해야 할 첫 번째 ‘악의 축’이다.

경제금융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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