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규제 개혁과 인센티브

4시에 문을 닫는 놀이방이다. 아이를 맡긴 부모들이 제때 오지 않자 고민 끝에 10분 늦을 때마다 3달러씩 벌금을 매겼다. 그러자 지각하는 부모들이 줄기는커녕 갑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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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이 ‘괴짜경제학’에 인용한 이스라엘 경제학자 실험 사례다. 레빗 교수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유인책(인센티브)을 따라 움직이며, 이 메커니즘을 알아야 현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센티브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자극이나 수단이다. 돈과 같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지만 선악을 평가하는 도덕적, 명예와 같은 사회적 인센티브도 강하게 작용한다.

레빗 교수는 놀이방 벌금이 인센티브로 보기엔 너무 적기도 했지만 도덕적 인센티브(죄책감)를 경제적 인센티브(3달러 벌금)로 대체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늦어 미안한 마음을 벌금으로 때웠다. 그래서 벌금을 없앴더니 부모들은 계속 지각했다. 이제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지난 주 목요일 우리는 청와대 발 개혁 실험을 목격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다. 민간 참석자들은 온갖 규제 폐해를 쏟아냈다. 대통령 돌발 질문까지 나와 관료들은 진땀 꽤나 흘렸다. 곧바로 당·정·청은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토론장에서 나온 사안이야 당장 고치겠지만 개혁이 얼마나 지속할지, 제대로 추진할지 의문이다. 정작 주체인 관료를 움직일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 개혁에 적극적인 공무원에게 승진을, 소극적인 공무원에게 비리에 준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감사 면책도 검토한다. 인센티브는 분명 있는데 관료사회 전체를 움직이기엔 한참 모자란다.

관료들 최종 관심사는 자리다. 그런데 규제를 없애면 업무가 준다. 그 결과 자리도 준다. 감사 면책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관료가 규제를 완화했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라도 터지면 옷을 벗어야 한다. 면책으로 징계에 그쳐도 공직 생활 내내 따라다닐 멍에다. 관료들이 제 무덤만 팔 규제 완화에 적극적일 수 없다.

이러한 인센티브라면 어떨까. 규제 개혁을 잘 한 부처엔 아예 정원과 승진 대상자를 확 늘려준다. 다른 부처와 영역을 다투는 업무라도 있으면 몰아준다. 승진과 자리보전, 예산 확대 기회가 생길 규제 개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면책도 확실히 한다. 규제 폐지 책임을 해당 관료가 아니라 규제개혁위원회와 같은 승인 주체로 일원화한다. 관료에게 소신이 생긴다.

관료 이익만 지킬 규제를 당장 없애야 한다. 그런데 세상이 투명해져 중앙부처에 이런 규제가 거의 사라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남았거나 숨었다. 현미경을 댈 대상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팽팽한 규제가 있다. 풀면 안전성과 같은 다른 문제가 생길 규제도 있다. 우산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어미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렵다. 최종 정책 소비자를 중심으로 편익과 비용을 철저히 평가하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뒤탈이 없다.

청와대 서슬에 관료들은 납작 엎드렸다. 국민 응원까지 받은 칼바람이다. 숨죽인 관료들에게서 참여정부 시절 검사들 모습이 보인다. ‘검사스럽다’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받았던 그들이 과연 달라졌는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개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와 사회를 혁신하려는 규제 개혁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 주체인 관료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 정교한 인센티브가 절실하다.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이다. 놀이방이 벌금을 매기는 대신에 일찍 온 부모에게 돈을 깎아줬다면 과연 어찌 됐을까.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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