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모든 금융권 본점·영업점에 금융전산 망분리가 의무화되면서 가상데스크톱(VDI)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 금융사들이 금융전산 망분리 사업과 관련 우선사업자 선정을 대거 앞두고 있어 시장 지배력이 높은 해외기업과 국산 토종기업 간 경쟁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권 망분리 사업에 VM웨어와 시트릭스가 선전하고 있다. VM웨어는 지난해 9월 알리안츠생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IBK기업은행, 현대카드캐피탈, KB국민카드, 농협 등 금융기관 20여곳의 VDI 솔루션을 구축하거나 추진 중이다. 시트릭스도 미래에셋을 비롯해 보험사와 카드사 중심으로 20여곳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권 망분리 사업 시장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금융전산 보안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불붙었다. ‘금융전산 망분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권 전산센터는 올해 말까지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원천 차단하는 물리적 망분리를 해야 한다. 본점·영업점은 소프트웨어(SW)를 통해 논리적으로 분리된 PC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VDI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논리적 망분리는 은행은 2015년 말, 그외 금융권은 2016년 말까지 완료해야 한다.
망분리 의무화로 새로 열린 VDI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은 약진하는 반면에 토종기업은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는 시스템 안전성과 사후관리, 수주 경험 측면에서 해외 가상화 기업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토종 기업의 솔루션을 주저하는 데에는 ‘검증이 안 된다’는 의견과 ‘시스템 안전성과 사후관리가 취약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즉, 검증되지 않은 솔루션을 막대한 돈이 오가는 시스템에 도입할 순 없다는 의견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산 기업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이 더 들지만 국내 토종기업들은 시중에 검증된 사례가 없어 입찰 과정에서 아예 탈락하는 사례가 많다”며 “보수적인 금융권의 속성상 보다 경험이 많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해외기업을 우선 사업자로 선정하는 관례가 만연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시스템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수주경험이 전무해 이를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며 “국산 솔루션에 막연한 불안감이 퍼져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시장논리상 외산 솔루션을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망분리 시장에서 외산기술의 종속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일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이 토종 기업 솔루션을 안 쓰고 싶어 안 쓰는 게 아니다”며 “이들 토종기업의 솔루션이 유관 시장에서 운영돼야 판단기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공적투자기관 대상으로 국산 솔루션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국산 SW 지원대책에 가상화 솔루션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길재식·권동준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