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파나소닉, 도요타 등 일본 주요 제조 기업들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엔저효과와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들 기업은 이달 마감하는 2013년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일본 상장 기업 전체로 봐도 6곳 중 1곳이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히타치는 사상 최고 실적달성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2013년 예상 영업이익을 5100억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991년 기록한 5064억엔 이후 23년만이다. 7873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 2008년 이후 한계사업 구조조정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한 결과다.
도요타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3년 회계연도 연결 기준 1조9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판매 대수도 세계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2013년 영업이익을 2900억엔가량으로 예상한다. 전년 대비 80% 증가한 수치로 기존 예상보다 200억엔 높다. 미쓰비시전기 역시 지난해보다 45% 증가한 22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이 같은 성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해석된다. 파나소닉은 지난 2012년 임원 보수의 40%를 자진반납하고 지난해에는 보수 감축폭을 50%로 늘렸다. 미쓰비시도 일부 TV 사업 정리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구조 개혁을 진행 중이다.
아베노믹스의 엔저효과도 수출 중심의 제조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엔화 가격이 지난 2012년 이후 달러 대비 25% 가까이 떨어지며 수출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모두 엔저효과를 실적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2014년도 성장 목표에 대해서는 업계별로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구조조정 노력에 힘써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미쓰비시전기는 사업 개편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올해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모두 사상 최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니도 부품 협력사를 4분의 1로 줄이며 성장 발판마련에 집중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일본 내수 시장 축소 전망에 조심스런 분위기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일본 신차 판매 전망을 전년 대비 15.6% 감소한 475만대로 예측했다. 오는 4월 예정된 일본 소비세 인상이 변수로 작용했다. 신흥 국가의 성장세 둔화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