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파란불’…원격진료 도입은 숙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에 파란불이 켜졌다. 정부가 ‘의료기기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바탕으로 대대적 지원에 나서면서 관련 업계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도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1.2%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았다. 업계는 이번 중장기 발전계획을 기반으로 우리 기업의 R&D·사업화 역량이 강화되고 각종 규제가 완화돼 글로벌 수준의 산업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원격의료 허용’이라는 산을 넘지 못해 일부 계획은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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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R&D 지원 강화

이번 중장기 발전계획은 기술·시장·생태계를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담았다. 세계 100대 의료기기 기업에 국내 업체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시장 경쟁력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관행으로 몸살을 앓는 등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전계획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R&D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핵심은 병원과 연계한 R&D 지원 강화다. 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던 종전 R&D는 결과물이 수요처인 병원과 연계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점유율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기업 간 상시연계 협력시스템을 구축, 지원한다. 10억원 이상 과제를 수행할 경우 기업과 병원의 협력 계획 제출을 의무화 하는 등 R&D 전 과정에 사용자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지식재산권(IP) 관리가 허술해 특허분쟁에 휘말리거나, 인허가 기준에 부적합한 제품 개발로 허가 획득에 실패하는 문제도 해결한다. 의료기기 기술이전 전담조직(TLO) 협의체 활성화에 나서는 한편 IP 중심 R&D 지원을 확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정보기술 지원센터를 활용해 R&D 인허가를 관리하고, 세부 기준이 없는 첨단 신기술 가이드라인 마련을 지원한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IT 등과 연계한 R&D와 국민 체감 효과가 큰 분야를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의료비·보험재정 부담이 큰 분야나 생애단계별 국민건강문제 해결 R&D 지원을 확대한다. 로봇산업융합핵심기술 등 융·복합 R&D 지원을 늘리고, 다른 산업의 의료기기산업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인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IT 부문에 강점이 있는만큼 IT와 접목된 의료기기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 수입 대체가 가능한 분야를 선택해 지원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 진출 적극 지원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국산 제품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신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국산 신제품 비교테스트를 지원하고, 시제품 제작·품질개선 비용 등 테스트 수행을 돕는다. 기업·병원·인증기관 등을 연계한 국산 의료기기 신뢰성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국산 보급을 확산시킨다는 목표다.

허가·신의료기술평가 등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해결한다. 품목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병행 심사하거나, 임상시험으로 적응증 등이 확정된 의료기기는 시장 진입을 우선 허용한다. 인체 유해성 우려가 적은 체외진단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심사방법은 간소화 할 방침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수출단계별·국가별 맞춤형 IP 방어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외 IP 보호기반을 조성한다. 해외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고, 해외인증 획득 관련 컨설팅을 돕는 등 해외 인허가·IP 장벽 극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나선다.

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나선다. 의료기기 전문기업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창출해 투자·기술혁신을 유도한다. 또 의료기기 기업 규모가 영세해 우수 인력이 모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지지부진한 원격의료 도입은 ‘걸림돌’

정부는 이번 발전계획에서 원격의료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격의료 도입 없이는 제대로 추진되기 힘든 분야가 많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부는 발전계획을 기반으로 상반기 중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사업별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원격의료를 ‘공란’으로 둔 상태에서 추진되는 세부 실행계획은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산업부·복지부·미래부 등이 추진하는 ‘첨단기술 플랫폼 환경 조성’ 사업이 지적된다. 세부 과제인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전략 추진, 건강관리 u헬스기기 개발지원 등은 원격의료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장애인 재활 및 편익증진 R&D, 100세 사회대응 고령친화제품 R&D 등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간접적으로는 대부분의 사업과 관계가 있다. 특히 병원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R&D는 원격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의료기기의 핵심으로 원격의료 기술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기업들은 상당한 수준의 원격진료 기술을 축적한 상황”이라며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원격의료 기술은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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