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프트웨어 제값 받기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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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10월 ‘소프트웨어(SW) 혁신전략’ 발표 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SW사업 ‘제값 주기’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힘이 실렸다.

법·제도 개선에 앞서 우선 제값에 대한 발주자와 수주자 간 견해차를 이해해야 한다. 수주자(업계)는 SW개발에 소요된 총비용(재료비, 노무비, 경비)에 일정 이윤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발주자는 예산에 반영된 비용, 구체적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경쟁을 통해 최종 확정된 계약금액을 말한다.

업계는 SW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모두 예산에 반영되고 가능한 예산과 일치하게 계약금액이 결정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예산 반영부터 그렇지 않다. 경쟁하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정부는 제값을 다 주었다고 하는데도 업계는 늘 울상이다. 해결책으로 선진국과 우리나라 국방사업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정부는 적정 예산이 반영될 수 있는 환경(비용, 기간)을 조성해 줘야 한다. 예산 편성 시 일정 금액 이상 사업은 민간 전문기관의 객관적 비용분석 자료 반영을 의무화한다.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포함해 사업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이 갑자기 결정되거나 심지어 당해 연도에 계획, 착수되는 일이 있어 현실적으로 사전 비용분석을 할 수도 없고 적정 예산반영도 어렵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대안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SW사업 저장소 구축사업을 통해 SW개발 비용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정착되면 적정 비용과 개발기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해 당사자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는 발주자가 명확한 요구사항을 작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SW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구사항 정의인데 가장 잘 안 되는 게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개발 중에 끊임없이 추가, 변경해 비용증가 원인이 되는데도 확정계약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다.

법으로 수정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SW업계의 큰 불만이다. 정부는 ‘SW사업 제안요청서(RFP) 작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발주담당 공무원이 단기간에 요구사항을 상세히 작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요구사항 구체화는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정규모의 사업은 민간 전문기관에 의뢰해 제안요청서(안)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업체가 과도한 경쟁으로 저가 입찰을 못하도록 하고 적정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정부는 과도한 저가입찰 방지방안으로 입찰가격 평가 시 추정가격의 60% 미만은 60%로 계산하던 것을 상향해 80% 미만은 80%로 계산하겠다고 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해 적정 개발비용 보장 방안으로 현 ‘공공 SW사업자 선정·평가지침’에 언급된 입찰가격을 추정가격의 100분의 80 이상과 미만인 입찰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기준을 국방사업처럼 100분의 90으로 상향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지침대로라면 경쟁 상황에서 가격 점수 만점을 받기 위해 업체는 추정가격의 80%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입찰가격을 최고 80%에서 90%까지 인정해 주는 대신 엄격한 품질을 요구하고, 미 이행 시 그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국내 수요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SW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창조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정부의 중요한 임무다.

이성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 전문위원 pirdesoft@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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