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수탁생산 전문기업인 대만 혼하이정밀이 본사 인력을 대거 늘려 내년 4G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조 하청업체에서 유통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이다. 통신장비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어 모바일 산업 전반에 소용돌이를 예고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혼하이정밀이 내년 대만에서 4G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올해 1만5000명의 신규 인재를 채용한다고 보도했다. 대만 본사 인력이 4만6000명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3분의 1규모에 해당하는 대규모 충원이다. 1년 간 이뤄지는 채용 규모로서 설립 이래 최대다. 이번 신규 채용 분야는 4G 무선통신이 주축이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전자상거래, 생물학,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에 걸쳐 있어 사업 다각화 의지를 반영했다.
혼하이정밀은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를 조립하는 폭스콘의 모회사지만 수익이 줄면서 성장 모멘텀이 필요했다. 40%에 달하는 애플 의존도도 문제다.
이에 지난해 10월 계열사 앰비트 마이크로시스템즈를 통해 4G 모바일 주파수를 확보, 통신 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다 수익성이 있는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야심”이라 분석했다.
통신장비 사업 준비상황도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수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혼하이는 통신장비 사업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혼하이의 목표는 스웨덴의 에릭슨, 중국의 화웨이와 경쟁할 수 있는 고가 통신장비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 870만달러(약 98억원)에 지역 광케이블 인터넷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타이포(Taifo)를 인수하기도 했다.
혼하이가 통신 서비스·장비 산업에 진출할 경우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모바일 기기용 액세서리 사업에 이어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손을 뻗는 셈이다. 지난해 폭스콘은 모질라재단 파이어폭스 운용체계(OS) 개발을 위해 약 3000명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HTML5 기반 OS, 앱, 클라우드 컴퓨팅 개발을 시작했다. 자체 브랜드의 파이어폭스 스마트폰·태블릿PC 출시도 앞뒀다. 다년 간의 애플·델·HP·소니 기기 제조 노하우 축적으로 단말기 사업 다각화는 시간 문제다.
여기에 모바일 부품, 반제품 등 기업 전자상거래 사이트 ‘B2B 폭스콘닷컴(Foxconn.com)’ 개시도 앞둬 생산·유통,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100만명 이상을 고용 중인 혼하이는 그동안 주력인 위탁생산 사업이 인건비 상승과 노동환경 문제로 심각한 부침을 겪어왔다.
앞서 이 회사는 모바일 부품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계열사 폭스콘 인터커넥트 테크놀로지 사업 부문을 독립 법인으로 분리하고 케이블·커넥터와 나노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나누기도 했다.
동남아 시장을 주축으로 기반을 넓힐 계획이며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4000만달러(약 426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도 세운 상태다.
<혼하이의 모바일 분야 신규 사업 확장 분야 / 자료:외신 취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