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특허청장 vs 보리스 시모노프 러시아 특허청장
지식재산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특허 등 고부가가치 지식재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최근 들어서는 경쟁에서 탈피해 국가간 협력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러시아 특허청은 최근 청장 회담을 갖고 본격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5년여 만에 재개된 회담을 계기로 향후 양국에 미칠 파급효과와 지식재산 협력 방안 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
-김영민 한국 특허청장
-보리스 시모노프 러시아 특허청장
-사회:신선미 전자신문 전국취재팀 부장
◇사회(신선미 전자신문 전국취재팀 부장)=오늘 한국과 러시아 특허청장 회담의 취지와 의미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김영민 한국 특허청장=이번 한·러 특허청장 회담은 2009년 회담 이후 5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 특허청은 1990년 양국 정상회담 개최 및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을 계기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매년 청장 회담을 개최해왔으나 2009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이번 회담은 양청 간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발굴하는 논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5년 전 러시아 방문에 답방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은 소강상태에 있는 협력 관계에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양청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회담에서 지재권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교환함으로써 그동안 진행돼온 협력 사업을 점검하고 향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지재권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보리스 시모노프 러시아 특허청장=먼저 의미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다. 지금껏 양국 협력이 부진한 면이 있었는데 이번 청장 회담을 계기로 실무진 단계로 협력을 넓힐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열정과 동기를 갖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믿는다. 얼마 전 한·러 정삼회담 이후 교역량이 10%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 성장을 이루겠다고 했을 때 바로 3%정도 일자리가 늘었다고 했다. 양국 간 지금까지 쌓여왔던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웠지만 이번 청장 회담을 진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됐다.
이번 만남은 세계 지재권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 기관장이 만났기 때문에 회담 결과가 세계 지재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국의 기술집약 산업을 발전시키고 투자를 늘리는데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사회=한·러 간 글로벌 특허심사 하이웨이(PPH)가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특허심사에서 PPH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민=PPH는 동일한 발명을 2개 이상 특허청에 출원한 건에 어느 한 특허청에서 특허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타국에서 신속한 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특허청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결과를 활용함으로써 심사 부담을 줄이고, 출원인 입장에서는 제2국에서 우선심사로 빠른 권리화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러 간 PPH 이용 건수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러 특허청은 올해 1월부터 글로벌 PPH를 시행하고, PPH 협력 범위를 국제특허협력조약(PCT)-PPH로 확대해 향후 PPH 이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자 간 협약에 바탕을 둔 기존 PPH와 달리 글로벌 PPH는 국가에 상관없이 신청 요건과 서류를 통일해 이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보리스 시모노프=출원인이 최대한 빨리 특허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심사 품질도 저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허심사를 맡고 있는 다양한 국가가 참여해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세계 지식재산 분야에서 굉장한 영향력이 있다. 한국은 아시아 강국, 러시아는 유라시아 강국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한다면 더 많은 효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지금까지 지식재산 관련해 한·러 교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김영민=한국과 러시아 특허청은 양국 지재권 제도 발전과 확대를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이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심사 협력, 지재권 정보교환, 지재권 제도 및 정책동향 교류, 정보화 협력 등 다양한 분야가 될 것이다. 먼저 심사 협력은 양국이 공동 선행기술 조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심사 실무와 관행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심사 결과까지도 공유를 확대해 양청의 심사 부담을 경감하고, 심사 결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사회=러시아는 IP5 국가 다음으로 특허출원이 활발한 국가로 알고 있다. 러시아에서 특허 등 지재권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또 정책 측면에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보리스 시모노프=20세기 역사를 들어 설명하겠다. 세계적으로 20세기에 나온 중요한 발명과 발견의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발명한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러시아계가 많다. 포포프라는 러시아 엔진니어와 이탈리아 사람 마르코니는 같은 시대에 똑같이 라디오 기술을 발견했다. 마르코니라는 사람도 알고 보면 러시아계다.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두 사람 모두 똑같이 라디오 발명가다. 그 당시 이탈리아 발명가는 이탈리아 특허청이 있어 먼저 특허신청을 낼 수 있었지만 러시아는 특허청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라디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해서 라디오 방송을 한 사람이 포포프였다.
주파수를 발견한 사람도 러시아계다. 화학주기율도 러시아인인 멘델레프가 발견했다. 주기율표가 세계 과학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는지는 잘 알 것이다. 텔레비전을 발명한 것도 드바래킹이라는 러시아 엔지니어다. 카랄리오프는 우주 분야에서 많은 발명을 했다. AK소총을 개발한 사람도 러시아인이다. 더 이상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러시아 발명가가 많다.
러시아는 20세기 세계 과학 발전에 상당 부문 기여했다. 하지만 상용화 면에서 본다면 과학자들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러시아인은 사업화하는 재주가 없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과 왜 협력을 해야 하는지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창작품, 발명품을 어떻게 사업화해서 상용화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상용화 능력을 합친다면 정말 윈윈하는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좋은 발전 전략은 윈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본다.
◇사회=러시아는 기초과학에 강한 국가다. 실제로 러시아 전체 지재권 중에서 기초과학 연구 성과물이 반영된 지재권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기초과학이 특허를 거쳐 기술사업화로 이뤄진 비율은 어느 정도가 되는가.
◇보리스 시모노프=러시아는 최초로 우주기지를 만들었고 개를 우주선에 태워 달에 보냈으며, 신축성 있는 섬유도 러시아에서 개발했다. 한편으로는 특허를 상용화한 비율이 높지 않다. 그래서 좋은 파트너가 필요했고 협력하려 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시장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어떤 것이 시장에서 성공할 지 잘 모른다. 반면에 삼성만 보더라도 얼마나 시장의 변화를 잘 느끼고 대중 심리를 움직여 물건을 파는지 잘 알 수 있다. 러시아에는 컴퓨터공학자가 많고 정보통신 분야 우수 과학자도 많다. 러시아 특허청에서는 특허 로봇도 개발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지금 걱정하는 것은 뛰어난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지만 정작 성과로 보이는 사업화를 하지 못할까 걱정된다.
일단 지식재산 정책 목표는 지식재산 중요성을 증대시키고, 모든 사람이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
◇사회=글로벌 지재권 전문가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러시아와의 지재권 인력양성 협력을 통한 기대효과는.
◇김영민=창조경제 아래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인재, 지재권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재권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허청은 이를 위해 초중고, 대학, 기업에 이르는 생애주기별 지재권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러시아도 일찍부터 러시아 지재권 대학을 설립해 지식재산 인력양성의 구심점 역할 및 체계적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렇듯 지재권 인력양성 협력은 양국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윈윈 협력으로 볼 수 있다. 소치 올림픽에서 안현수 선수의 금메달이 양국을 끈끈하게 엮는 계기를 만들었듯 이번 협력은 양국의 신뢰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시모노프 청장은 과거 ‘이노베이션 에이전시’의 책임자로서 R&D 성과로 만들어진 지재권을 상업화하는 일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지재권을 상업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상업화하는데 어느 부분이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보리스 시모노프=일단 일할 때는 그런 문제는 없었다. 일을 잘 했고 그 분야에서 성공했다. 그래서 ‘청장으로 일해보자’며 성공적인 경험을 여러 곳에 전파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맡게 됐다.
유럽, 독일 특허청의 상황은 아는가. 독일은 특허 강국인데 메르켈 총리가 변리사로 일한 적이 있다. 앞으로 우리도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을 대통령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한국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래는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창조는 혁신이고 혁신은 기술이다.
◇사회=한국은 러시아 외에도 여러 국가와 지재권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대표적인 국제 협력 정책에 대해 알려 달라.
◇김영민=해외 주요국과의 다자·양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과 6월 한국에서 열리는 선진 지식재산 5개국(IP5) 청·차장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회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재권 국제 논의를 주도하겠다. 유명상표 보호 및 상표제도의 글로벌화를 위해 상표 분야 선진 5개국 회의체인 TM5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에서의 신속한 권리 획득을 위해 PPH를 확산시켜 나가겠다. 이밖에 특허행정 서비스의 수출 기반 마련을 위해 주요 거점 개도국의 특허심사 대행을 추진하고, 특허정보화 시스템의 해외 진출 사업도 확대하겠다.
◇사회=시모노프 청장은 한국 특허청에 들르기 전 연구기관과 지재권 관련 기관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 소감은.
◇보리스 시모노프=우선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에 왔을 때 대전과 서울을 방문했는데 그게 벌써 11년 전이다. 그간 한국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인과 한국 정부의 지재권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매일 같이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한국 경제의 역동적인 발전이 경이롭다.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러시아뿐만 아니라 좀 더 잘살고자 하는 국가에 있어서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최근 국가 간 특허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다면.
◇김영민=중견·중소기업의 지식재산 분쟁 예방 및 대응 지원을 강화하겠다. 컨설팅·소송보험 지원 기준을 개선해 신규 지원 기업을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에 심판·소송 비용 지원도 확대하겠다. 특허관리전문회사(NPEs)의 소송에 대비하도록 산업별·기술별 수요자 맞춤형 분쟁정보도 제공한다. 해외 지식재산센터의 운영 주체를 일원화하고, 분쟁 빈발 지역 중심으로 확대 추진하겠다. 또 해외 지식재산센터가 없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 분쟁 대응을 위해 재외공관, 무역관 등과 연계 체계를 구축하겠다.
◇보리스 시모노프=러시아는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행정적으로 해결한다. 특허청 내 특허심판원이 있는데 조정역할을 하고, 여기서 해결이 안 되면 법원에서 중대 재판소로 올라간다. 작년부터는 지식재산권특별법원이 만들어졌다. 정확히 2013년 8월 만들어졌다. 재판으로 대부분 분쟁을 해결하는데, 개인적으로 소송에는 반대한다. 비용은 비용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간다. 그래서 조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삼성과 애플이 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영원히 해결이 안 될 것이다. 겹치는 기술이 있다면 하나의 기반으로 만들어 서로 각자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은 시장에서 하면 된다.
◆보리스 시모노프 러시아 특허청장 프로필
-1953년 8월 생
-모스크바 파워엔지니어링연구소(MEI) 학·석·박사
-1980~1991년 MEI에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해 동역학 및 집합강도학과 조교수
-1991~1998년 CJSC ENTEK 대표
-1998~2003년 기술상업화 전문회사 대표
-2003년~현재 러시아 특허청장
◆김영민 특허청장 프로필
-1958년 7월 생
-경북대 행정학과 학·석사,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정책학 석사
-1981년 12월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1983~1994년 국세청, 상공부 중소기업정책과, 미주통상과 사무관
-1995~1998년 상공부 세계무역담당관실 서기관
-1998~1999년 KOTRA 외국인 투자자원센터 파견
-1999~2006년 산업부 반도체 전기과장, 수송기계산업과장
-2006~2010년 특허청 고객서비스본부장, 산업재산정책국장
-2010~2011년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2011~2013년 특허청 차장
-2013년~현재 제23대 특허청장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