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내서 겨울왕국 신화 쓰려면 환경 개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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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 100년 역사에 새로운 장를 썼다면 ‘넛잡’은 창작 한국 애니메이션 10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 기획한 작품이 북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고무적이란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서양의 정서에 식상함을 느낀 할리우드가 동양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쏟는 것도 커다란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최근 국내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K팝 등이 세계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를 한국적 정서로 풀어낸 데 기인한다”며 “넛잡은 우리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파시킨 한 사례”라고 말했다.

박병우 콘텐츠진흥원 애니·캐릭터 팀장은 “하청산업에서 탈피해 우리나라가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은 10년에 불과하다”며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서 이룬 성과를 단번에 이뤄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이 극장 수입보다 큰 부가판권과 캐릭터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과가 적지 않지만 우리 애니메이션이 가야할 길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넛잡이 북미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국내 흥행은 저조했기 때문이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겨울왕국의 국내 관객 1000만명 돌파는 이례적”이라며 “넛잡이 국내 흥행에 실패한 것은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넛잡 역시 이러한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겨울왕국의 국내 흥행이 뮤지컬 형식을 통해 성인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이 성공한 사례는 쿵푸팬더2가 400만명을 넘긴 게 고작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관객의 연령대를 끌어올리는 전략은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개봉한 성인 타깃의 ‘원더풀데이즈’가 120억원 규모 제작비를 들이고도 참패했다”며 “무리하게 관객 연령을 높이는 것은 그만큼 실패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극장 애니메이션 흥행을 위해선 투자와 배급 등 열악한 국내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초인 방송용 애니메이션 흥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현재의 낮은 편성 비용과 투자자 외면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과 제작비 산정을 방송발전기금과 연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열악한 투자와 배급만 개선해도 애니메이션은 한류의 세계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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