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 공급과잉 공포 벗어나나
태양광 업계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세계 태양광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제품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정상적 영업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공장가동률을 끌어올리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기업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남아있다.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증가해 발생하는 공급과잉이 언제 재연될지 모르고,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살아남은 중국 태양광 업계의 공세도 여전하다. 또 세계 각국이 학습효과로 자국 태양광 보호에 나서고 있어 혹독한 생존경쟁을 견디고 살아남은 태양광 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기업 실적 개선 가시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황 개선으로 태양광 기업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특히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 태양전지·모듈, 발전소 설치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기업의 이익 개선 속도가 단품 기업의 성장 속도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한화케미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4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태양광 부문의 영업이익은 57억원을 기록,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폴리실리콘 제조기업 OCI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부분 적자폭 축소로 OCI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3분기 만에 흑자전환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양전지, 모듈 제조기업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적자구조로 돌아선지 무려 11분기 만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4.6% 감소한 1485억원, 영업적자는 전년 416억원 대비 크게 줄어든 11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과 영업적자가 각각 916억원, 12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 흑자전환 했다.
한국실리콘은 업황 개선으로 여수 폴리실리콘 공장 재가동을 결정했다. 현재 공장 설비 점검을 진행 중이며 생산인력을 충원하는 등 폴리실리콘 생산 재개 준비 작업을 거치고 있다. 한국실리콘은 1만5000톤 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생산 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견조한 태양광 수요
최근 3년간 태양광 업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지만 글로벌 설치량은 계속 증가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2000년 1.55GW에 불과했던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올해 47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달하고 누적 설치량도 190GW에 육박한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원자력발전소 190기와 맞먹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세계 태양광 설치량이 최소 43GW 이상, 경제 상황이 뒷받침되면 50GW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태양광 빅3로 불리는 일본, 중국, 미국이 시장을 선도한다. 중국은 올해 12~14GW를 설치해 세계 태양광 수요를 이끈다. 일본은 9~11GW, 미국 4.3~5.3GW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개 국가의 설치량이 세계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올해와 내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20~30% 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업계 이익률도 본격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 지속 성장 가능할까
관심은 향후 태양광 시장의 안정적 성장 가능 여부에 쏠린다. 태양광 설치량의 폭발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곤두박질 친 것을 경험한 업계는 신규 투자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이다.
수년전 발생한 태양광 산업의 붕괴 이유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업에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저금리 융자, 세금 면제 등 지원을 제공했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산업 특성상 중국 기업은 단시간에 세계 태양광 공급의 60% 이상을 점유했고 수출 비중도 90%를 상회했다.
유럽 경기침체로 태양광 수요가 감소하자 재고물량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를 털어내기 위해 저가 경쟁을 벌인 것이 시장 붕괴를 초래했다. 최근 시황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은 악성재고 소진과 더불어 지난해와 올해 태양광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조조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 유럽에서 40여개 기업이 문을 닫았고 가격경쟁력이 없는 중국의 중소 태양광기업이 대거 퇴출됐기 때문이다. 태양광 수요는 2016년을 기점으로 큰 폭의 성장세는 멈출 것으로 보이지만, 매년 45GW 수준의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산업투자조사실 박사는 “지난 3년간 태양광 업계 구조조정 작업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은 상당수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신규 사업자가 대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의 수급 조절능력이 회복되고 이로 인해 과거와 같은 시장붕괴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