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이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으니 금 시세의 추가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금 투자를 독려하는 기사와 글들이 다시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일부 시중은행도 금 투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면서 국제 금선물 시장에서 1트로이온스당 금값이 1330달러를 넘어서며 저점 대비 10% 이상 올랐다.
금값 하락 추세가 멈춘 듯이 보이면서도 외국계 IB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금 시세 전망을 ‘강세 전환’과 ‘추가 약세’로 패가 갈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12% 안팎의 금값 상승세를 추세적인 반등세로 보기에는 다소 조심스럽다. 바로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추세적 전환여부 확인이 먼저 필요하다. 금 매입에 관심 있는 투자자는 미 FRB의 양적완화 축소 및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 그리고 미국 달러 강세 등의 매크로 경제 환경을 따져봐야한다. 중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한 금 수요가 지속되더라도 투자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금 현물은 부가가치세, 매매수수료(매수, 매도), 종합소득세 등 제비용이 크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최소 20% 이상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때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즉, 금 시세의 10% 상승만으로 모든 비용 지불 후의 최종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미 매입 결정을 했다면 매입 시기를 조금 늦추면서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 12% 이상 반등하며 22년래 최대 낙폭인 28%의 골을 메워가는 차트를 그려가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나 펀더멘털적으로 금값이 바닥을 쳤다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재테크에 앞서 금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소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질금리와 달러가치, 수요공급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실질금리가 중요한 것은 금 투자 기회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 미만의 미국 실질금리는 향후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어서 금의 매력도는 지금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기회복 및 양적완화 축소 속도에 따라 시장의 실질금리 상승속도가 정해지는 만큼 그 수준에 따라 금값 하락 속도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채 금리와의 괴리(스프레드)를 나타내는 미국 10년 TIPS(Treasury Inflation Protection Security) 금리와 골드 선물시세 차트를 TIPS가 발행되기 시작한 1997년부터 거꾸로 겹쳐서 살펴보면 놀라울 만큼 높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러 가치도 주요 요인이다. 달러화는 금과 함께 안정적인 가치 보존수단이며 경쟁관계다. 거대한 달러화 자산시장의 규모로 인해 비교적 작은 달러화 강세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는다.
달러화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금 관련 시장에서 이탈해 달러화 자산으로 이동하는 자산재배분(Asset Reallocation) 움직임으로 인해 가격하락 압력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주요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지수 차트와 금선물 그래프의 지난 30년간의 궤적을 살펴봐도 금리보다 그 유의성은 떨어지지만 마찬가지로 높은 역의 상관계수를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도 비록 중국이 최근의 금수입 제한 완화로 세계 최대 금 소비국으로 부상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적인 디레버리징의 큰 흐름으로 인한 금수요 감소폭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국인 투자자로서 원달러 환율의 추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기는 하지만 이를 잠시 덮어두고도 몇 가지 주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단순화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금시세의 방향성을 짚어보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김현식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강남스타센터 PB hyunshik.kim@kb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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