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양날의 칼 특허,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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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식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최근 삼성전자와 구글은 10년간 모든 특허를 공유하는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수대금 55억유로로 노키아를 인수했다. 특허가 경쟁전략의 핵심이고, 특허 없는 비즈니스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세계는 지식기반 사회를 넘어 창조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고, 특허 등 지식재산권은 창조경제에서 유통화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가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고, 이를 신속하게 권리화해 경제의 활력소로 선순환되도록 하는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창출 역량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미국·유럽·중국·일본과 함께 세계 특허출원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식재산 분야 5대 강국에 들어 있다.

지난해 특허출원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20만4589건으로 세계 4위다. 국제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국제특허출원도 지난해 1만2439건으로 세계 5위를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지식재산 창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좀 더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

기술개발 기획단계에서부터 특허출원 단계에 이르기까지 특허제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연구결과물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허출원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우선 특허제도가 출원공개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특허제도는 발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대신 출원된 기술을 일반에 공개해 기술 및 산업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또 특허권은 출원·등록된 국가에서만 효력이 있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원공개는 후속 발명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의 활력소가 되지만, 해외에도 공개된 국내기술은 속지주의로 인해 해외에서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둘째, 특허출원 시 방어출원과 해외출원으로 그 목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술개발 단계부터 그 연구결과물을 PCT 국제특허 또는 일반 해외출원 절차를 이용해 해외에도 출원하는 전략적 접근 및 관리가 중요하다. 특허성이 낮아 등록되지 않더라도, 출시예정 제품에 대한 제3자 등록 사전차단과 제3자와의 침해분쟁 시 출원사실의 증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방어출원도 중요한 특허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특허의 가치평가 및 시장 성공가능성 등 사전 예측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가능하면 연구개발이나 특허출원할 때부터 방어출원 및 핵심특허 등을 구분하고 양질의 특허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해외출원비용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높은 해외출원 비용문제 때문에 양질의 특허가 해외에 출원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허청은 해외출원비용 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 44억원에서 올해 54억원으로 22.7% 증액하는 등 해외권리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넷째, 제품출시·연구논문·연구과제 등 발표에 앞서 특허출원이 우선이다.

연구개발된 기술공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선출원주의 아래에서 권리획득을 위해서는 특허출원이 선행돼야 한다. 출원이 아닌 공개로 인해 권리는 받지 못하고 기술유출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무릇 아이디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창조경제 시대에 특허는 어떤 면에서 ‘양날의 칼’이라 볼 수 있다.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특허제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출원할 때부터 효율적인 특허전략을 수립해 핵심·원천특허를 집중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대식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daeshik@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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