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겨울왕국 신드롬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한국에서도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외화 기준으로는 아바타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애니메이션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사례는 겨울왕국이 국내 최초다. 우리나라 흥행 수입만도 1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제작비 16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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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올리는 매출 외에도 부가 수입도 만만치 않다. 타이틀곡 ‘렛잇고’는 음원 발매 직후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으로는 이례적으로 각종 음원 사이트를 싹쓸이했다. 백화점에서는 주인공 엘사 인형과 캐릭터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애니메이션이 1000만 관객을 끌어낸 첫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성인들이 자발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으면서 애들 영화로 취급받던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떠오른 것에 대한 기대감이다.

겨울왕국 흥행 신화를 보는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는 아쉬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제작사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지만 흥행이 어렵다. 일례로 코스닥상장사 레드로버가 ‘넛잡’을 북미에서 개봉해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웠지만 국내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척박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현실도 업계가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다. 제작을 위해선 수십억원 규모 제작비를 모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긴 투자기간과 투자비용이 큰 산업 특성상 은행의 문턱은 높고 투자금을 보증해주는 보증기관의 문도 좁기만 하다. 수백억원 규모 투자금은 언감생심이다.

다행히 지난해 콘텐츠공제조합이 출범해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재원이 부족해 조합은 수억원 규모 이행보증도 어렵지만 기대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튼튼한 재원만 뒷받침되면 ‘겨울왕국’은 미래 우리 기업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다름 아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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