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부품 성능 평가 아직도 큰 부담.. 고객마다 평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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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A사는 해외 수출을 타진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글로벌파운드리TM·인피니언 등으로부터 성능 평가를 한꺼번에 받은 것이다. 사업부만 달라도 같은 장비의 성능 평가를 제각각 받아야 하는 국내 시장 환경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시스템LSI사업부와 메모리 사업부로부터 각각 성능 평가를 받아 온 A사다.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감한 덕분에 해외시장에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이 동반성장에 비중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타적인 공급망관리(SCM) 정책은 여전해 장비·부품 업체의 부담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능 평가다. 기본적인 성능조차도 같은 제품을 고객마다 일일이 평가 받느라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분품이나 소재 성능을 평가해주는 장비업계 역시 비용 문제 등으로 성능 평가에 소극적이다. 성능을 인증해 줄 수 있는 기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요기업은 몇 번이고 자체적으로 검증해 온 관습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수요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성능평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이마저도 부품·소재 위주다. 이 사업은 장비 기업이 부품·소재에 대한 성능평가를 해 줄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평가 인증기관을 통해 기초 성능평가를 받고 기본 사양이 검증된 품목에 한해 수요기업 주관의 신뢰성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신뢰성이 검증되면 성능평가서가 발급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판로 개척에도 유리하다.

부품·소재뿐만 아니라 장비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수요 기업의 요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품·소재 성능평가 지원도 예산이 부족한 탓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산 3억7000만원으로 12개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인 진공 부품 분야에서는 성능평가를 해 줄 수 있는 인프라조차 없다. 진공 펌프·밸브 등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려 해도 이를 충분히 검증하고 평가해 줄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내 장비 업체들이 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성능을 검증할 수 없다 보니 번번이 외산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교차 구매는 고사하고 시장 진출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진공부품 업체 사장은 “글로벌 장비 기업들은 부품 성능 평가를 해주기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체계가 잘 갖춰지지도 않았고 기술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이 부담을 떠 안으면서 구매할 수밖에 없어 기술 향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부품 성능 평가 현황

장비·부품 성능 평가 아직도 큰 부담.. 고객마다 평가 제각각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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