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온 지구촌을 달구었던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드디어 꺼졌다. 아울러 올림픽의 가슴 벅찬 감동과 열기를 온 세계에 전달했던 방송중계도 끝이 났다. 4년 후 평창으로 공이 넘어 온 것이다.
올림픽, 월드컵 경기와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와 방송은 불가분의 관계로, 0.001초를 단축하고자 피나는 연습을 하는 참가선수와 마찬가지로 방송 역시 신속, 정확하고 보다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해 첨단 장비 연구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행사는 주최국의 첨단 방송기술 및 장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실례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게임 개폐막식 음향장비로 자국 루이펑(Ruifeng)사의 ‘LAX 프로오디오’를 채택했으며,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경기에서 자국 중견업체인 넥소(Nexo) SA사의 음향장비를 구축해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당시 사용됐던 주최국의 방송장비는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라는 대형 스포츠 행사에 힘입어 업체마다 5년간 평균 4배 이상의 급격한 매출 상승을 보였으며 브랜드 인지도 역시 세계시장으로 확대돼 자국 산업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의 첨단 IT가 접목된 국산 방송장비의 우수성을 알리는 지구촌의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 방송장비시장은 2013년 기준 2조8000억원 규모로 이 중 음향장비가 약 80%, 영상장비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정부와 함께 2009년도부터 방송장비 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성장환경 조성에 힘을 모아 왔다. 이에 힘입어 방송용 모니터, 문자발생기, 중계기, SR스피커 등 국산 방송장비는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차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진흥회는 올해도 방송장비산업 활성화를 위해 주요 지역별 국산 방송장비 홍보로드쇼를 진행하고 방송사와 방송장비제조업체 간 상호교류회, 세미나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요처의 외산선호에 대한 인식제고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 힘을 쓰는 한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목표로 강원도청, 조직위원회 등과 협력해 국산 방송장비 사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 동남아, CIS 국가 등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로드쇼를 개최하고 유명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는 등 그간 IT와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국산 방송장비가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방송장비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시장규모가 작지만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콘텐츠 및 방송서비스 산업 등에 대한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만큼 미래를 선도할 산업으로 반드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융복합화가 IT강국인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IT를 활용한 창의적 방송장비 개발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면, 우리의 새로운 창조경제 산업으로의 역할이 충분하다고 기대된다.
올림픽과 같은 지구촌 이벤트를 단순히 스포츠 행사에 그치지 않고 방송장비 등 관련 산업발전에 연결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지난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국산장비를 유도하는 정책 등을 내놓았으나 단발성으로 그쳤다. 이를 교훈 삼아 다가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의 IT제품, 특히 국산 방송장비가 대회의 모든 순간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조직위원회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상생협력모델이 창출되길 기대해 본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