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모임이 많아졌다. 강의를 듣는 것도 좋고 네트워킹도 좋다.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좋은 기회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도 답장조차 받기 어려운 투자자들도 만나고, 운 좋으면 몇 분간 사업을 소개할 기회도 있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잘 쓴 사업계획서나 소개 동영상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다.
반면에 기회가 와도 준비를 안 해 사업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거나 “제품을 준비해 정식으로 인사드리겠다”고 하는 일이 종종 있다. 제품이나 사업계획서 발표가 있어야 설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디자인이나 약간의 기교로 현혹하는 것을 설득이라고 오해한 게 아닐까. 제품 개발이 완성되는 시점을 사업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제품 완성은 스타트업의 최종 목표다.
‘비즈니스모델은 가설과 검증의 벡터 값을 가진 방향성’이라고 앞서 언급했다. 스타트업의 설득력은 멋진 디자인의 제품이나 홈페이지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질문 자체에 있다. 질문은 가설이다. 그 가설 자체가 동의가 되지 않으면, 완성된 제품 그리고 멋진 디자인과 홈페이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템을 찾고 창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어요. 사업을 계획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쉬워요.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좋았어요.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쉽다 못해 재미가 넘쳤어요. 그런데 사업은 왜 망했을까요?”
내가 접한 한 창업가의 얘기다. 왜 그랬을까?
잘못된 질문을 하고 열심히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옳은 질문을 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문제 푸는 데만 매몰돼 앞서 나가면 고객과 멀어지기 시작한다. 뭘 만들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달성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라.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홈페이지나 데이터베이스(DB)가 없어도 하고 싶은 것만 명확하면 종이와 연필만 있어도 할 수 있다.
피칭(pitching)할 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제품이나 기능이 아니라 나의 가설, 내가 풀려고 하는 문제, 나의 문제의식이다. 내 사업의 배경이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보여줘야 할 첫째 목표는 ‘내가 제품을 만들 능력이 있다’가 아니라 ‘내 사업 가설이 작동한다’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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