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을 들인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로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인수 열기가 기업의 혁신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을 이루고 비싼 몸값에 인수되는 것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기본 공식이 됐다. 와츠앱을 비롯해 텀블러, 인스타그램, 웨이즈, 야머가 그랬다. 구글도 지난 2002년 야후에 인수될 뻔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야후에 인수됐다면 지금 구글의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2004년 메일 서비스를 운영했던 야후에게 구글의 G메일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또 야후 지도의 경쟁 제품이 될 ‘구글맵’과 크롬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역시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야후 임원진에게 자체 웹 운용체계(OS)와 무인차 투자 필요성을 설득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구글리(googley)’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독특한 구글의 기업 문화도 야후에 가려 생길 턱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와츠앱은 10여년 전 구글의 위치와 매우 유사하다”라며 “구글이 그랬듯이 와츠앱은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품질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뢰도와 성능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설명했다. 초기 구글처럼 와츠앱도 마케팅에 따로 투자하지 않은 채 사용자를 매료시켜 입소문이 퍼지는 데 집중한다. 와츠앱 역시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는 기조에 맞춰 연간 1달러에 불과한 사용료를 받고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한다. 실리콘밸리의 재능있는 엔지니어가 와츠앱으로 몰려가는 이유다.
와츠앱은 구글과 달리 피인수 기업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잰 쿰 와츠앱 CEO는 독립적인 개발권을 약속받았지만 결국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위해 일하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강조했다. 이 매체는 “어떤 새로운 제품도 저커버그의 비전에 맞춰 수정되고 잰 쿰만의 제품은 이제 없다”며 “그 결과는 생각보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인수 기업에 독이 된 M&A 사례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