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꽉 막힌 금융정책... 온라인 무역역조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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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로 심각성을 일깨워준 공인인증서가 ‘온라인 무역 역조’를 야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한국 인터넷 이용자의 해외 직접 구매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속도라면 5년 후 8조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 이용자가 많아질 뿐 외국인이 한국 사이트에서 직구를 하는 행태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30만원 이상 금융거래를 하려면 액티브X를 설치하고 추가로 관련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스템을 재부팅해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건 하나 구매를 위해 몇 시간이 걸리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을 이해할 해외 이용자들은 몇이나 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전자상거래 글로벌화도 꽉 막혔다. 전자상거래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더욱이 한류 붐을 타고 외국인의 한국 사이트 접속 비율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술적인 규제 때문에 매출이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커졌다. 해외 교포가 한국 사이트에 접속해 두 시간 동안 각종 인증서와 보안모듈을 다운받고 다시 컴퓨터 운용체계(OS)를 다운그레이드하고 브라우저 레벨을 낮추고 심지어 64비트에서 32비트로 체계 변경한 다음에도 포기하는 사례가 숱하게 회자된다. 복잡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쓰게 만드는 관련 법규 정비가 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해외 온라인 쇼핑 업체는 액티브X 주도의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직구족’이라면 누구나 알 법안 아마존 원클릭과 페이팔은 고객에게 돈을 쓰도록 편한 결제를 지원한다. 원클릭이나 페이팔은 익스플로러 뿐만 아니라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양한 OS를 지원한다. 그야말로 한 번 클릭으로 안방 쇼핑이 가능한 셈이다. 해외 인터넷 이용자 50%는 익스플로러 대신 다른 브라우저를 이용하고 윈도 OS를 쓰는 비율도 적다. 우리나라만이 일괄적인 ‘OS-브라우저’, 플러그인 방식 공인인증서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수출과 IT 강국이라는 한국 온라인 무역은 적자일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와 분리된 쇄국 IT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연결된 세계 경제에서 갈라파고스적 진화 함정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며 “한국이 공인인증서 방식을 고집하는 한 가장 불편하고 가장 안전하지 못하고 비싼 인터넷 보안 체계를 고집하는 불통 국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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