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대전이 초광역으로 협력해 3년여에 걸쳐 기획한 항공ICT융합산업 육성사업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17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초광역 연계 대형프로젝트로 기획된 항공ICT융합산업 육성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신청에서 탈락한 뒤 관련 기관의 의지부족 등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항공ICT융합산업 육성사업은 대구시가 지난 2011년부터 대형국책과제사업을 따내 지역은 물론이고 국내 항공전자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한 사업이다.
그 뒤 대전과 경남이 참여했으며 대구를 포함한 이들 3개 지자체 관련기관 전문가들이 수십차례 모여 기획안을 다듬었고, 1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은 지자체 매칭자금 부족과 산업단지기반 조성 등 바쁜 일정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대전시가 주관이 되고 대구시가 참여하는 형태로 마련된 항공ICT융합산업 육성사업 기획안은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예타 심사를 신청했다. 기획안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총 2000억여원을 투입, 항공전기전자산업에 ICT를 융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사업은 그러나 예타에도 끼지 못한 채 산업부 심사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이 사업이 예타신청에서 탈락한 이유는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인항공기 개발 등 타깃 기종을 정해야하지만 기획안은 항공ICT기업 저변확대에만 치중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군용 항공기개발 연구기관의 참여가 없는데다 사업 성과가 제대로 나올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었다.
사업기획안이 예타 신청에서 탈락하자 현재 대전시와 대구시 공조가 무너지는 분위기다.
대전은 올해 상반기 예타에 재도전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면서도 지난달 중순 ETRI와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항공전자 분야 ICT융합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력 협정을 맺는 등 물밑작업을 벌이는 모습이다.
대전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올해 예타신청을 다시 해야할지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정은 이달 말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도 기획안을 수정해 예타에 재도전할지 고심 중이다. 하지만 항공산업 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조율해야겠지만 항공이 아닌 다른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힘들게 준비했던 항공전자 분야 예타 기획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항공산업을 중심으로 공조했던 대전과 대구가 재도전을 놓고 함께 고민하고 있지만 대전은 타지자체와 물밑으로 협력하고 있는 반면에 대구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구지역 항공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구가 항공산업을 만들기 위한 의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대구가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던 항공ICT융합산업 육성사업에 대구가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