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플리커 현상, 규제냐 진흥이냐
플리커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본에서 처음 대두됐다. 광과민성 발작 사건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일본에 이어 미국, 유럽 학계에서도 플리커 현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주 조명연구센터가 지난 2011년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주파수 100Hz 이하 저주파로 LED 조명을 구동하면 실험자 대부분이 잔상 작용에 의한 착시효과(스트로보스코프 현상)를 느끼지만 고주파로 갈수록 이런 현상을 체감하지 못한다. 유사한 연구 결과들이 쌓여 플리커 현상에 관한 기준이 마련됐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관련 기준을 처음 제정한 건 유럽이다. 지난 2011년 EU의회는 `유럽 LED 품질 헌장(IEC) 60111-3-11` 규격에 측정치 기준 주파수 100Hz 이상 LED 조명만 판매하도록 규정했다. 같은 항목에 `플리커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해 플리커 현상이 있는 조명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2년 `전기용품안전인증(PSE)`에 LED 조명이 100Hz 이하이면 플리커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측정 기준을 마련했다. 판매 금지 기준은 아니지만 측정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이를 어기면 시판이 어렵다.
미국은 지난 2012년 `에너지스타`에 일본처럼 플리커 현상이 생기는 LED 조명 기준과 측정안을 제정하고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LED 조명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측정해 표시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측정 장비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탓도 있다. 측정 장비를 갖추고 자율 표시를 한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한다. 플리커 현상에 대한 판단을 소비자 몫으로 돌린 셈이다. 각 규정은 사람의 육안으로 플리커 현상을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고 카메라나 기계 장비로 측정할 수 있는 플리커 현상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플리커 현상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져 왔고, 중국이나 여타 국가는 아직 관련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