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 난리다. 800만 관객 돌파가 눈앞이다. 겨울이라 집에만 있는 아이 성화에 못 이겨 극장 나들이를 했다가 엄마가 더 빠져들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왜 겨울왕국에 열광하는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디즈니 스스로 기존 공주의 법칙을 버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음악은 기본이다.
과거 디즈니 공주는 예쁘고 연약했다. 백설공주에서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예쁜 얼굴로 잘생긴 왕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세월이 흐르며 알라딘의 자스민, 포카혼타스 등 공주는 좀 더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여전히 왕자이거나 잘생긴 남자가 필요했다.
겨울왕국은 다 바꿨다. 아렌델 왕국 공주 자매인 엘사와 안나는 진화하는 캐릭터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능력을 지닌 엘사 공주는 스스로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며 운명을 개척한다. 동생 안나는 아렌델 왕국에 여름을 되돌리기 위해 언니를 찾아 나선다.
둘은 차가운 얼음을 녹일 진실한 사랑의 힘을 스스로 깨닫고 왕국을 위기에서 구한다. 멋진 왕자는 필요치 않다. 거친 현실에 부딪쳐 문제를 해결한다. 침체에 빠진 월트디즈니는 겨울왕국으로 부활했다. 지난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나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드림웍스가 `슈렉`에서 조롱하던 디즈니 법칙을 과감히 깨고 자기혁신을 통해 거둔 성과다.
세계 IT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았다. 실적이 둔화했고 혁신 속도가 느려졌다. 소니는 PC사업 매각을 발표하고 TV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IBM은 저가 서버사업부를 레노버에 넘겼다. HTC·블랙베리도 추락세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올해가 시험대다. IT산업 전반에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불황 장기화가 예상된다.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공세는 더욱 거세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은 기술력과 시장으로 대변되는 기초체력이 강하다. 해법은 무엇일까.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리고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롭게 도전하는 길뿐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