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풀의 재심의 요청을 사법부가 받아들여 다시 불거졌던 `한국산 냉장고 미국 덤핑 수출 여부`가 월풀의 자진 포기로 마무리되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결정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격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월풀이 기존에 내려진 기각 판결의 번복이 힘들다고 판단해 취하한 것으로 해석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2011년 삼성전자·LG전자의 미국 냉장고 덤핑 수출 혐의와 관련한 일련의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미국 CIT에 의해 내려진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한국산 냉장고 덤핑 기각 판정 재심의를 포함하는 것이다.
CIT 재심의 결정은 월풀이 `ITC의 덤핑 기각 판정 과정에서 산업계 피해 여부 파악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범해졌다`고 문제점을 제기해 이뤄졌다. CIT가 월풀 주장에 근거가 있다고 인정했음에도 월풀이 재심의를 포기한 셈이다.
월풀 취하 결정의 배경은 확인되지는 않는다. 월풀 측은 “오래된 자료를 근거로 항소를 계속 진행하기보다는 업계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2011년 불거진 것으로 덤핑 혐의 조사 대상도 당시 제품과 시장상황이다.
업계와 전문가는 월풀 측이 ITC의 재심의에도 기존 기각 판결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아 취하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국내 업계는 기각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견지해 왔다. 업체 관계자는 “월풀이 요청한 재심의 항목 대부분은 기각됐고 일부만이 재심의로 결정됐다”며 “이 또한 심각한 오류가 아닌 단순 계산 오류로 판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재심의에도 판결이 번복되지 않으면 경쟁사를 과잉 견제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한국 기업의 덤핑 혐의 이슈를 부각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도 “승산이 있다면 절대 취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심의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취하가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2011년 미국 ITC와 상무부의 덤핑 예비판정까지 내려졌던 한국산 냉장고 덤핑 혐의는 마무리되게 됐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월풀은 한국 기업의 덤핑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2011년이나 지금이나 업계 상황은 변화한 게 없다”며 “미국기업이 제소를 해도 덤핑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