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에서 물러났던 빌 게이츠가 다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혁신 제품 개발을 지휘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위기의 애플을 구했던 스티브 잡스처럼 게이츠가 MS에 제2의 전성기를 불러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블룸버그는 빌 게이츠가 차기 최고경영자로(CEO)로 거론되는 사타야 나델라와 함께 MS 경영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S 이사회는 조만간 나델라 수석 부사장을 CEO로 임명할 것이 유력하다. 게이츠는 33년간 해온 이사회 회장직을 사임한다. 이사회 회장 업무를 덜고 제품 개발에 집중하게 위해서다. 게이츠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사에 나가 업무를 할 예정이다. 사실상 일선 복귀로 해석된다.
게이츠는 2008년 스티브 발머에 CEO 자리를 내주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물론 이사회 회장으로 MS 내 게이츠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게이츠는 MS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내놓기 전부터 시장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게이츠는 신임 CEO 선정 과정에서 나델라를 적극 추천했다고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두 사람이 함께 MS를 이끄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델라는 애저와 오피스365 등 MS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분을 이끈 전문가며 게이츠는 개인 컴퓨팅 시대를 이끈 혁신적인 기기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를 창출하는 협업 모델을 제시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델라가 게이츠에게 고문보다 더 큰 역할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때 MS CEO 후보로 거론됐던 여러 외부 인사가 게이츠 역할 때문에 고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빌 조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외부 후보는 게이츠가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제품 개발에 관여해 긍정적 효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22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였던 토드 워렌은 “게이츠의 제품 리뷰는 전설이었지만 PC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기술 지형으로 바꿨다”며 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게이츠 뒤를 이을 이사회 회장은 CEO추천위원회를 이끈 존 톰슨이 유력하다.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이사로 남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