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스티브 잡스 사후 최고의 혁신가로 불린다. 베조스가 아마존을 연매출 66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비결을 꼽자면 `빅데이터 활용`과 `발상의 전환`이다. 그는 전자상거래 업계 맹주를 넘어 인류의 소비 스타일을 뿌리부터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빅데이터로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꾸다=아마존은 유통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접목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억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한다. 과거 구매 이력이나 자주 찾아본 페이지 등을 참고해 최적의 추천 제품을 가린다.
베조스는 수백만 가지 물건을 가지런히 진열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 제품 한 가지를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편이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인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아마존 회원은 저마다 다른 초기 화면을 본다. 베조스 생각은 적중했다. 소비자는 자신만을 위한 상품 추천과 한 번의 클릭으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된 편의성에 지갑을 열었다. 오픈마켓 비즈니스 모델로 전자상거래 업계를 먼저 지배했던 이베이의 아성을 무너뜨린 계기다.
아마존의 `빅데이터 행보`는 베조스가 지난 해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미디어 사이트보다도 정확도 높은 맞춤 콘텐츠 제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독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광고를 함께 제시해 광고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조스는 앞서 킨들을 앞세워 사람의 독서 형태를 바꿔놓았다”며 “베조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침체된 신문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적합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해 콘텐츠 생태계까지 만들다=그의 혁신은 최초의 인터넷 서점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아마존닷컴을 설립하고 오프라인 도서를 인터넷에서 팔겠다고 했을 때 그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책을 어떻게 몇 장 읽어보지도 않고 사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책`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당시 책만큼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분야는 없었다. 역으로 먼저 진입한 기업이 독식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한 셈이다. 무려 300만 종이 넘는 도서 카테고리를 한 번에 정렬할 수 있는 기술은 인터넷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아마존은 매년 200%가 넘는 성장을 이루며 베조스를 인터넷 최고의 거상으로 만들었다.
베조스는 도서를 전자책으로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용 하드웨어와 콘텐츠, 배송체계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선보였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가 그 중심에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멤버십 서비스로 연간 79달러를 지불하면 상품을 무료로 2일 이내 배송하고 자사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도록 하며 매달 한 권의 무료 전자책을 제공한다.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이 서비스는 아마존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 지상주의의 끝을 보여주다=베조스는 자신의 성공과 혁신의 비결로 “모든 가치판단 기준을 `고객`에 뒀다”는 점을 꼽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판매한다는 기조 아래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때 혁신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2000년 닷컴 붐의 소멸은 아마존에게도 피할 수 없는 위기를 가져왔다.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1년 안에 아마존닷컴이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기업이 사업을 축소하고 있을 때 베조스는 단기적인 적자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판매가격부터 배송료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저가 정책을 내세워 재기했다. 비상경영 체제 중에도 고객가치를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빠른 배송방식`을 대중 앞에 소개하며 배송 업계에도 혁신을 예고했다. 드론을 활용하면 이틀 이내 배송이 30분 단위로 줄어든다. 베조스는 “당장 만고불변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누구나 혁신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짤 수 있다”며 “고객의 이윤이 나에게는 기회”라고 밝혔다.
◇제프 베조스 약력
-1964년 뉴멕시코주 출생
-1986년 미국 프린스턴대 전자컴퓨터공학과 최우등 졸업
-1986~1988년 하이테크 벤처 피텔(FITEL) 근무
-1990~1994년 헤지펀드회사 디.이.쇼(D.E.Shaw) 부사장
-1994년 7월 아마존닷컴 설립
-199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
-2000년 블루오리진 설립, 우주여행선 프로젝트 진행
-2013년 워싱턴포스트 인수
-현 아마존닷컴 CEO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