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차량용 SW `홀대` 여전…완성차 문화 바뀌어야

자동차SW 펠리컨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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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하던 중소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 A사는 자동차 사업부서 규모를 반으로 줄이고 해당 인력을 전자회사 모듈 부품 사업부로 전환배치했다. 3년 넘게 SW 개발 용역을 진행했지만 적자만 봤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장은 “SW 개발 인력을 막노동꾼 부리듯 최소한의 임금도 제대로 쳐주지 않는 자동차업계에 치가 떨린다”면서 “전자회사 모듈 사업은 최소한 인건비는 나온다”고 말했다.

A사 사례는 국내 자동차 SW업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자동차 업체가 SW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그러다보니 우수한 인재가 자동차 SW 분야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SW업계는 국내 임베디드 SW 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 전체 SW 산업 중에서도 우수 인재들이 게임이나 IT 서비스 분야로 몰리면서 임베디드 SW 분야는 연간 2000명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숫자는 2015년 2494명, 2016년 2729명, 2017년 3165명(산업통상자원부 조사)으로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2012년 정부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79.5%가 역량 있는 지원자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고임금 요구가 힘들다는 기업도 44.3%나 됐다.

자동차 SW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 SW와 자동차 분야를 동시에 알아야하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인력이 자동차 SW를 택하더라도 기계 중심의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인재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 심각한 건 국내 SW업계를 대하는 자동차 업체 태도다. 외국 SW업체에는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유독 국내 업체에만 강자로 군림하고 있어서다. 과도한 가격 할인을 요구하거나 추가 임금지급 없는 과업 추가, 협의 없는 과업 변경 등의 불합리한 요구가 만연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SW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SW 인재 및 협력사를 우대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SW업체에는 개발비는 물론이고 차가 팔릴 때마다 카피당 사용료를 지불한다. 국내 SW업체에는 카피당 사용료는 고사하고 개발비도 제대로 쳐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소스를 강제로 개방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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