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차량용 SW `펠리컨효과` 우려…"5년 내 중국에 추월 당할 수도"

자동차SW 펠리컨효과 우려

기자는 최근 크라이슬러의 `뉴 그랜드 체로키`를 시승하다 사고가 날 뻔했다. 신호등에서 정차한 후 출발하던 중 앞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피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이 작동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긴급한 순간에 안전한 운행을 돕는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의 진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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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다임러그룹이 선보인 자율주행자동차가 큰 이슈가 됐다. 전혀 사전 예고 없이 등장한 이 차는 이미 100㎞가 넘는 실전 주행 경험을 보유했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4에서는 구글이 GM, 현대차, 아우디, 엔비디아 등 완성차 및 반도체 업체와 손잡고 `개방형 자동차 동맹(OAA)`을 결성한 것이 최대 화제였다.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탑재한 자동차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계해 차량 내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자동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했던 뉴 그랜드 체로키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OAA는 모두 `스마트카`라는 한 단어로 수렴되는 사례들이다.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점점 똑똑해지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은 기존의 기계 장치에 전기, 전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고도화되면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카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동차에서 전자 장치 부품(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자동차 내 전장부품 원가 비중은 2005년 19%에서 2010년 40%로 커졌고 2020년이면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관련 전체 시장 규모는 2010년 1586억달러(171조원)에서 2019년 3011억달러(326조원)로 연평균 7.4%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전장 부품은 보통 센서부, 제어부, 동작부(액추에이터)로 구성된다. 센서는 사람의 몸으로 치면 눈이나 귀와 같은 것이고 제어부는 두뇌, 동작부는 근육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임베디드 SW가 바로 차량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제어부에 해당한다. ITTA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임베디드 SW 시장은 2008년 864억달러에서 2015년 2112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면 센서에서 수집한 외부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차량 품질이 달렸다”면서 “SW에 눈을 떠야 프리미엄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카 분야 기술 수준은 유럽을 100으로 볼 때 86.4에 불과하다. 일본이 99.8, 미국이 96.7인 것과도 상당한 차이다.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보니 핵심 부품을 해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카의 필수 센서인 레이더의 경우 핵심 부품은 콘티넨탈, TRW 등 해외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임베디드 SW 부문에서 국내 기술은 해외 선진 기술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항공과 함께 임베디드 SW 기술 자립화가 가장 낮은 분야가 바로 자동차다. 특히 자동차 분야 임베디드 SW 국산화율은 2011년 현재 5%에 불과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펠리컨 효과`에 비유한다. 목에 줄이 매여 사냥한 물고기를 어부에게 바쳐야 하는 새, 펠리컨처럼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도 차를 팔 때마다 해외 SW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규택 산업통상자원부 임베디드 SW PD는 “기업 내부 기밀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차량 개발비의 50% 가까이를 SW가 차지하고 있고, 차량 SW 국산화율이 10%도 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에 퍼주는 로열티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은` 후발국가라 믿었던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는 점이다. 2011년 조사에서 표면적으로 중국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67% 수준으로 우리나라에 위협적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수년 새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이 일반적인 자동차 기술에서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규택 PD는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가 가진 기술은 5년 내 중국에 따라잡힌다”면서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SW 등 고부가가치 기술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SW 국산화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품질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국내 기업엔 커다란 부담이다. 차에 도입되는 SW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오류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5년 미국에 판매한 아반떼 12만대에서 에어백 시스템 SW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안전 관련 부품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막대한 보상비를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아자동차가 디자인 전문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디자인 경영에 성공한 것처럼 자동차 SW 분야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야 한다”면서 “기계 부문 출신 인사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의 후진적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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