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출장기간 발생한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책임을 금융 당국에 물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를 대표하는 부총리까지 여론을 악화시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책임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집중됐다.
◇사상 최악 정보유출 수습 과제
박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카드 사태의 또 다른 책임자로 금융 당국이 꼽히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에 향한 세간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을 감안, 순방 기간에도 “유출 경로를 철저히 조사, 파악토록 하고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야당도 금융 당국 수장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고객이 믿고 맡긴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한 금융회사도 문제지만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안일하게 대처한 금융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어떤 수습책을 내놓고 책임자를 문책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발언 `일파만파`
이런 가운데 현오석 부총리가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한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일국의 경제부총리가 정보동의를 의무적으로 해야 신용카드 가입이 되는 가장 초보적인 수준의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KB국민·롯데·농협 등에서 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최다 50가지에 달하는 개인정보 제공에 사실상 의무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현 부총리는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는 뒤늦게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불안과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여야 “민심 모르고 여론악화 불질렀다” 비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정부의 이 같은 인식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질책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씀인가”라며 “대통령은 엄중문책을 지시했는데 경제부총리는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과연 부총리가 맞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도 “소 잃고 외양간을 못 고쳐온 것에 책임을 묻고 분노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은 오만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어리석어도 좋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