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스트리밍이 음반시장 재편한다

음악시장 판도 바꾸는 스트리밍 서비스

LP 레코드에서 카세트테이프, CD를 거쳐 디지털 음원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음악 서비스 시장이 또다시 변화를 시작했다. 스포티파이와 판도라 등이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르게 시장을 재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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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빌보드 매거진 `빌보드 비즈`는 시장조사업체 닐슨 사운드스캔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디지털 음반 판매액이 12억6000만달러(약 1조3300억원)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고 전했다. 2003년 애플이 아이튠스 스토어를 개설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30% 이상 성장했다. 개발된 지 20년 가까이 된 스트리밍 기술이 음반 시장에서 뒤늦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모바일 기기 확대에 따른 콘텐츠 접근성 향상과 통신 기술 발달 때문이다.

스트리밍은 음악 소비 행태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킨다. 가트너는 2010년부터 내년까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이 연평균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판도라 같은 전문 업체뿐 아니라 구글, 애플,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IT기업도 가세해 스트리밍 음악이 IT기업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영화에 이어 음악으로 스트리밍 확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스트리밍은 1995년 리얼네트워크가 개발한 리얼오디오에서 처음 등장했다. 콘텐츠를 일일이 내려 받을 필요 없고 하드디스크 용량에 제약을 받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넷플릭스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시장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스트리밍 방식이 DVD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일일이 DVD를 대여하거나 반납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사업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타임은 DVD 플레이어가 스트리밍 서비스 대중화에 밀려 5년 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음반 시장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판도라는 2000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3년 뒤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는 아이튠스가 등장하면서 오랜 기간 적자에 허덕였다. 소비자 기기의 기술 기반과 인식면에서 스트리밍 음악이 시대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2009년에 가서야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스포티파이도 수년 동안 투자에 애를 먹었다. 최근 스트리밍 음악 인기에 힘입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에서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받으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기업 가치는 40억달러(약 4조2500억원)로 판도라에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스마트폰과 LTE가 견인차

음반 시장에서 오랫동안 찬밥 신세였던 스트리밍 음악이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기기 확대에 따른 콘텐츠 접근성 향상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MP3 파일을 플레이어에 내려 받아 저장할 필요가 없게 됐다. 소니 워크맨을 몰아냈던 MP3 플레이어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간다.

롱텀에벌루션(LTE)을 비롯한 통신 기술과 반도체, 장비 성능이 발달하면서 스마트폰에 MP3 파일을 내려 받을 이유도 사라졌다. 이미 음원뿐 아니라 대용량 동영상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음악 소비도 MP3 파일 시대의 `구매` 단계가 사라지고 바로 접근해 소비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의 다양한 무료 서비스와 편리한 기능도 스트리밍 음반 시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판도라는 무료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부분 유료로 고객층을 넓혀왔다.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나 장르를 입력하면 무작위로 노래를 틀어주고 좋아하는 곡만 골라 재생 목록을 구성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편리함도 제공한다.

포브스는 지난해 음반 시장 승리자 중 하나로 `스트리밍`을 꼽고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불법 다운로드 관행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스트리밍 확산 최대 수혜자로는 스포티파이, 판도라, 아이허트라디오, 송자, 알디오를 꼽았다.

◇IT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라

전문 서비스 업체 외에 글로벌 IT기업도 폭넓은 고객층을 앞세워 스트리밍 음반 시장을 노린다. 디지털 음원을 기반으로 콘텐츠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광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이튠스로 음원 시장을 장악했던 애플이 아이튠스 라디오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09년 스트리밍 업체 라라를 인수하며 스트리밍 사업 준비를 시작한 애플은 4년만인 지난해 9월 아이튠스 라디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 성향을 분석해 노래를 들려주는 `개인화 라디오`가 강점이다. 사고 싶은 음악은 아이튠스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5월 매달 1만원 정도만 내면 음악을 무제할 감상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액세스` 서비스를 내놓고 스트리밍 음반 시장에 진출했다. 수천만 곡 음원을 클라우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한다. 최근엔 iOS 전용 앱을 출시했다.

10억명 사용자를 자랑하는 유튜브도 1분기 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내놓는다. 유료와 무료 버전으로 제공되며 콘텐츠 제작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액세스와 연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마존은 지난 2011년 `클라우드 플레이어`를 선보이며 구글이나 애플보다 한 발 빠르게 스트리밍 음악 시장에 진출했다. 스포티파이나 판도라를 견제하기 위해 개발된 서비스로 최근엔 BMW 등 일부 차량에 통합되면서 서비스 영역을 넓혀간다.

포브스는 “판도라와 아이허트라디오를 비롯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머지않아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애플 아이튠스 라디오와의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문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업체와 글로벌 IT기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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