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여진(餘震)

큰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잇따라 일어나는 작은 지진을 여진이라고 한다. 흔히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끝난 이후 미치는 영향을 비유할 때 쓰곤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연구개발정책실장 인사를 단행한 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3개월여 공석이었던 연구개발정책실장에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출신이 선임되자, 과학기술 부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순혈주의에 상처가 난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식 선임 이전 하마평이 회자될 당시에도 과학기술 부문에 ICT 인사 낙점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대한 만큼 과학 쪽 공직자들의 허탈감 혹은 서운함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에 대한 불만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번 인사가 옳지 않다고 주장할 만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도 없다.

이번 인사가 ICT 부문을 우대하고, 과학기술 부문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건 미래부 전체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미래부 출범 이후 지속된 과학기술과 ICT 간 교차 인사의 연장으로, 인사권자의 자연스러운 결정이라는 평가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과학기술과 ICT 간 교차 인사를 원칙으로 천명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간의 인사에서 과학기술과 ICT 국장급 인사가 자리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과장급도 적잖이 이동했다.

이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과학기술과 ICT 간 벽을 허물고 융합을 실천하라는 최 장관의 주문이나 다름없다.

자칫 인사 여진이 지속되면 최 장관의 인사 원칙에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초래하지 않을까 싶다. 조직 결속에도 악재임이 자명하다.

미래부 출범으로 과학기술과 IC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분명한 건 미래부가 물리적 통합에 이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한 ICT와 과학기술간 융합도, 창조경제 추동력 발휘도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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