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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북미·유럽·아시아에 이어 올해 중남미·아프리카에 `라이프스타일 연구소(LRL)`·`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을 세운다. 세계 각지의 삶을 연구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연구조직 구성이 마침내 완성되는 것이다. 북반구와는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보이는 남반구에서도 현지 문화에 맞는 제품 개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각각 LRL·PIT(이하 LRL)를 세우기로 잠정 확정했다. 중남미 LRL은 브라질에 들어선다. 중동을 함께 관장할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 LRL 설립 장소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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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 LRL은 기존 조직과 마찬가지로 현지 문화를 연구해 제품에 반영한다. 미래·문화·경제연구소 등과 손잡고 3년에서 길게는 10년 뒤 가족구성·주거환경·음식·의복 등 생활문화 변화를 예측한다. 지역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렇게 제품을 만들자`고 방향을 제시한다.
LRL이 지역 연구를 마치면 PIT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방향을 제시한다. LRL에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물론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심리학자·인류학자·인간행동학 전공자가 활동한다. 삼성전자는 LRL이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프로토타입 제작 공간, 체험 공간, 워크숍 공간 등 일반 사무실과 다르게 창조적으로 꾸며 놨다.
LRL은 2007년 미국(산호세)을 시작으로, 2010년 영국(런던) 인도(델리) 중국(베이진), 2011년 싱가포르에 세워졌다. 북미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의 선두를 굳힌 `4도어 프렌치도어 냉장고`를 비롯해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 세탁기 콘셉트 발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표】삼성전자 LRL·PIT설치 현황
※자료:삼성전자(2014년은 예정)
“지역별로 생활습관이 다르다. 제품 하나 만들어 글로벌 론칭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 특화 아이템을 찾아내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가 지난해 9월 유럽 가전행사인 `IFA 2013`에서 한 말이다. TV·휴대폰과 달리 한 가족의 삶과 직결돼 있는 가전제품은 현지의 문화를 이해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라도 남미나 유럽에서는 실패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별 가전시장 선두업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에는 밀레·필립스·일렉트로룩스·다이슨이 강세를 띠는 반면 북미에서는 월풀·GE·켄모어 등이 두각을 나타낸다. 지역 특색에 맞게 제품을 개발했고 이것이 그곳 시장에서만 먹힌 셈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광활한 시장인 아시아의 중국·인도조차도 우리와는 문화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결국 지역에 특화한 제품을 각각 개발해 내놓아야 한다. 북미에서는 월풀·GE, 유럽에서는 밀레·일렉트로룩스 등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중남미·아프리카 시장에서의 LRL 설치는 치열하게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북미·유럽뿐만 아니라 중남미·아프리카·중동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이윤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선행상품기획그룹 상무는 “세계 각지에 선보이게 될 전략 가전제품은 LRL의 통찰력과 PIT의 콘셉트가 반영돼 개발될 것”이라며 “북미·유럽·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와 남미로 연구활동의 범위를 넓혀 미래 생활문화의 비밀을 파헤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