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이다. 대게 떠도는 소문이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솔깃하게 마련이다.
최근 유명 브랜드 헤드폰 외관을 베낀 모조품이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짝퉁`이 과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협력사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정품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한다는 출처가 불명한 소문이 사실처럼 돌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모조품인 것을 인지하고 구매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외관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모조품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영선수 박태환이 착용해 주목 받았던 유명 브랜드 헤드폰 모조품을 유통시킨 조직이 세관에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례가 있었다.
모조품 유통업자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개 점조직 형태로 운영한다. 세관이나 경찰이 추적해 단속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교한 위조 수법은 수십년간 헤드폰을 제작한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헤드폰 전문업체가 보유한 특정 기술과 부품을 복제해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
이제 막 활성화돼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프리미엄 헤드폰 시장에서 모조품이 대규모로 유통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속아서 모조품을 구매하게 되면 모든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악한 품질과 성능에 실망한 소비자는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헤드폰 산업 전체를 향한 불신을 키우기 십상이다.
헤드폰과 이어폰은 우리 몸에 직접 착용해 활용하는 제품이다. 정상적으로 음향 품질을 검사 받지 않은 열등 소재로 만들어진 부품을 탑재한 모조품은 자칫 사용자가 청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소비자 피해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정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입는 피해도 막대하다. 모조품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침투하면 판매 가격 질서를 붕괴시켜 시장 성장세를 해쳐 재정적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모조품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는 우리나라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위조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로 낙인을 찍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나서 모조품을 단속해야 할 때다.
정부가 미온적 태도로 모조품이 유통되는 것을 방관한다면 이는 시장 성장세가 저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국제 위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질서를 정립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수많은 제조사가 품질 좋은 제품을 안심하고 생산할 수 있다.
고객 스스로도 모조품 피해를 예방하려는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온·오프라인에서 브랜드별 정품 판매 채널을 확인한 후 상품을 구매하는 습관은 필수다. 향후 애프터서비스(AS) 혜택을 받기 위해 정품 보증서와 영수증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비상식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이라면 구매 전에 일단 의심해야 하며 해외 불법 사이트·커뮤니티에서 구매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품과 동일한 고품질 부품을 탑재했다` 등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홍보 문구나 소문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국산 짝퉁 제품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비단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정부·기업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함께 대책을 마련할 때 문화·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시장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김정삼 젠하이저 한국총괄 이사 jungsam.kim@sennasia.co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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