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부터 전기레인지 에너지소비효율 관리·감독에 나선다. 국내 생산·판매되는 모든 전기레인지의 연간 전기요금이 제품에 표시되는 것으로 기준치 미달제품은 퇴출된다. 전기소모량이 가스레인지보다 많은 전기레인지의 보급이 늘면서 전력 수요관리 필요성이 제기된 결과다. 가전 업계는 대응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데다 정부가 마련하는 에너지효율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 성장을 이끌 새로운 제품으로 전기레인지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관련 시장의 역성장 가능성도 우려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생산되는 국내 전기레인지 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하고, 조만간 관련 내용을 고시할 예정이다. 당초에는 에너지소비효율 표시를 넘어선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까지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조사결과 제품 간 에너지소비효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등급 구분은 하지 않기로 했다.
등급은 표시되지 않지만 △단위 소비전력량 △1시간 사용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간 에너지비용 등을 표시해야 한다. 현재 전동기, 전기온풍기, 전기온수매트 등이 최저소비효율 기준을 적용해 `에너지소비효율라벨`을 제품에 부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레인지, 커피메이커 등 급격히 보급된 전기제품을 대상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외부 용역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관련 업계 간담회 및 공청회도 세 차례 진행하고 최종안을 만들어 지난해 12월 관련 제조·판매업체에 전달했다. 이중 커피메이커는 적용이 당분간 유예됐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기레인지의 전력소모가 가스레인지 대비 많고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소비효율 관리는 물론이고 소비자에게 연간 에너지비용 정보가 필요했다”며 “전기레인지가 초기 시장이고 원천 기술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사 제품 간 에너지소비효율 편차가 크지 않아 등급은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악한 린나이코리아, 동양매직, 리홈쿠첸 등 국내 제조업체와 밀레, 지멘스, 틸만 등 해외업체의 전기레인지 연간 판매량은 30만대 수준이며, 매년 성장 추세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가전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책 시행 시점이 오는 7월인 데다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어 준비기간이 촉박하고,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 산정 기준으로 삼은 연간 에너지비용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구 전기레인지는 조리대 치수 및 제품 특징에 따라 연간 에너지비용이 6만3000~42만2000원이고, 4구 전기레인지는 37만9000~69만7000원으로 조사돼 편차가 매우 컸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진행한 조사가 기존 가스레인지의 에너지소비효율 평균통계자료 등을 이용해 단순 계산한 것으로 전기레인지 사용패턴과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강화는 전기레인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전기레인지 시장 규모
2006년 12만6000대
2007년 13만6000대
2008년 17만2000대
2009년 18만4000대
2010년 19만3000대
2012년 20만대 이상
2013년 30만대
※자료:업계 종합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