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주권, 이젠 단초를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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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장비를 뚫으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통신 전문가들 `선수`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해킹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빼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는 이야기다.

최근 독일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시스코, 삼성전자, 화웨이 등 장비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정보를 탈취하거나 도청했다. 언급된 회사들은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현재까지 폭로된 NSA 활동을 감안하면 신빙성 없는 이야기로 넘기기는 힘들다.

우리나라 역시 이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연말 불거진 LG유플러스 화웨이 롱텀에벌루션(LTE) 기지국 장비 도입 논란은 다시 한 번 보안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서적 적대감이 드러난 셈인데, 사실 그동안 국내 핵심 통신 장비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부 중국산으로 구축돼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래부는 올해부터 `네트워크 보안 연구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보안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통신 보안 대책이 마련됐다는 것은 반갑다. 하지만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보다는 애초에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통신장비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핵심 장비 경쟁력이 약하다. 핵심 통신장비 산업을 키우는 것은 단시간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부침이 심한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것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핵심 장비를 계속 외산에 의존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비 독립 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의 기밀정보가 털릴 수 있다.

10년, 20년 뒤에도 똑같은 `보안` 문제로 안절부절못해야 할 것인가. 올해는 산업의 뿌리 경쟁력부터 다시 점검하는 긴 안목으로 장비산업의 미래를 재점검하는 해가 돼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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