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 제임스)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저작권 단속을 강화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특히 상대적으로 PC 대수가 많고, PC 교체가 자주 일어나는 PC방에 무차별 공격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협회·단체들은 이에 항의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등이 PC방 업계를 대변해 한국M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이 단체들은 이달부터 전국 PC방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 권한을 위임받기 위해 위임장을 받고 있다. 이르면 내달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하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정책담당 국장은 “한국MS와 윈도 운용체계(OS) 라이선스 관련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자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주장만 해왔다”며 “앞으로 글로벌 기업인 MS와 소송이 쉽진 않겠지만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끝까지 앞장서서 정당한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C방 업계는 한국MS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PC 교체시 라이선스가 소멸되는 제품을 PC방 전용제품으로 판매해 왔고, 일반사용자용 라이선스보다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PC방은 현재 `GGWA(Get Genuine Windows Agreement)`와 윈도를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RR(Rental Right)` 라이선스를 동시 구매해야 한다. PC 한 대만 28만원 수준이다. 개인용 라이선스가 1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 비싼 셈이다. 만약 PC방에서 100대의 PC를 운영하고 있다면 윈도 라이선스 비용으로 2800만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GGWA 라이선스는 PC 교체시 라이선스가 소멸되기 때문에 2년마다 PC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을 또 지급해야 한다. 업계는 MS 총판과 대리점이 가장 불리하고 비싼 라이선스 정책인 `GGWA+RR`만 PC방에 공급하고 있고, 다른 조건으로는 일체 판매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국장은 “대량 구매할 경우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나 PC방용 제품은 대량 구매임에도 오히려 가격을 올리며 납득할 수 있는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협동조합 측은 오는 4월 지원 종료되는 윈도XP에 대해서도 한국MS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함께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일방적인 지원 종료에도 뚜렷한 구매자 보상 체계 없이 새로운 OS 구입만 강매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라이선스 단속을 독려한 한국MS는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면 총판이나 대리점에 책임을 떠넘기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빠져나갈 게 뻔하다”며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국내 영세 상공인들을 협박해 자사 수익을 높이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MS 측은 “대량구매 고객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PC방도 이에 해당된다”며 “공문 발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것으로, 오히려 고객사 간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