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공기관 재무구조 악화는 실패한 국책사업 때문

빚더미 공기업, 자산매각 이대로 좋은가

정부가 공공기관의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배경에는 급격히 증가한 부채가 원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2012년 말 493조원으로 2007년 말 대비 244조원 증가했다. 특히 빚이 많은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412조원으로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3.6%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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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이 높은 12개 공기업 가운데 에너지공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탄공사 등 5곳이 포함된다.

하지만 증가한 부채가 해당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 시각은 떠넘기기식 책임전가라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지시로 공기업들이 국책사업에 앞장섰고 부채증가는 그 결과의 일환”이라며 “정부가 이제 와서 정부 정책의 잘못을 공공기관에 떠넘긴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4년 동안 주요 9개 공기업의 부채는 121% 증가했다. 특히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사업비를 자체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부채가 4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서도 에너지 공공기관은 2008년 이후 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 통제도 공기업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이에 반해 원유, 유연탄 등 국제 에너지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며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 요인은 증가했다.

이 같은 환경은 관련 공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2007년 배럴당 68.28달러에서 2008년 93.59달러로 37%가 상승했다. 대체재인 유연탄 가격 역시 유가와 연동해 상승했다. 하지만 정부는 물가인상에 대한 우려로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대신 연료비 상승분 일부를 한전에 지원하고 나머지 손실액은 자구노력을 통해 자체흡수토록 했다. 그 결과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한국전력공사의 원가보상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2006년 기준 한전의 원가회수율은 95%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8년에는 77.7%까지 하락한 데 이어 2011년까지 연평균 원가회수율은 86% 수준에 머물렀다. 부채규모도 지난 2007년 21조6000억원에서 2011년 50조3306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한전의 경우 발전소와 송변전설비 등 설비투자로 인한 자금부족과 전기요금 억제로 인한 영업적자가 부채증가의 주요인이라고 지목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을 장기간 적정원가 수준이하로 통제해 두 기관의 재무구조를 악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의 해외사업 확장도 부채증가 요인이다. 정부는 석유공사에 대한 출자를 높이고 가스공사와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 능력을 확충했다. 이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투자 규모는 21조 3000억원에 달했다. 동시에 이들 공기업은 단기간에 사업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에 내몰리면서 부실해졌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5조6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해 해외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해외 석유개발기업 합병·자산인수를 위한 외화차입, 한국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에 따른 미수금, 해외자원개발 투자확대가 부채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2008년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자원개발을 위한 직접 투자에 나서면서 외화 부채를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은 “공공기관 부채는 방만경영 때문이 아니라 정부 재정으로 추진해야할 국가정책을 공공기관에게 떠넘기고 원가이하의 공공요금 통제에서 발생했다”며 “정부 재정지출의 원칙을 제대로 수립하고, 공공요금 결정에 국민과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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