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불똥 튄 공기업 재무구조개선

빚더미 공기업, 자산매각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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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불똥 튄 공기업 재무구조개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들이 정부의 부채감축 `특명`에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구조조정할 태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산광구는 제외했지만 검토하거나 추진 중인 것은 모두 처리 대상이다. 특히 이명박(MB)정부 때 추진한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매각 1순위다.

해외자원개발 광구나 유전, 지분투자가 없는 공기업은 인력이나 본사 사업조정 등을 통해 정부의 요구에 화답할 태세다. 부채비율을 낮춰 공기업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지나친 제살깎기로 인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때 섣불리 해외자산을 매각했다가 이후 시장 상황이 좋아져 큰 손실을 본 사례도 있다”며 “정부의 공기업 개혁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매각, 조직축소 등 재무구조개편을 살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알곡의 자산 매각…외환위기 상황과 비슷

한국전력공사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 해소와 외화소요 억제를 위해 호주 와이옹(유연탄), 캐나다 시가레이크(우라늄) 등 광물광산 6곳을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360억원이다.

한전이 광산을 매각하면서 기대이익을 날려버린 대표적인 사례는 우라늄 광산이다. 한전은 1999년 시가레이크와 함께 미국의 크로뷰트, 캐나다 돈레이크 광산 지분을 매각했다. 당시의 매각금액은 각각 558만달러, 7만달러, 120만달러 였다. 이들 광산은 투자비 대비 자금 회수율이 극히 낮아 매각 자체에서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전이 이들 광산을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현재의 한전 부채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2004년 초 파운드당 16달러 수준이었던 우라늄 가격은 지난 2011년 136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8배를 훌쩍 뛰어넘는 상승세였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부는 `반 원전` 정책기조는 우라늄 수요를 끌어올려 가격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섣부른 공기업 개혁이 `우라늄의 눈물`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민간·공기업들의 자원개발 사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일부는 매각됐다”며 “산업부 장관이 요구하는 공기업 개혁은 이해되지만 발전공기업의 경우 국내외 사업에 대한 매각과 구조정은 전력수급 위기라는 차원에서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자원 헐값 매각…다른 국가만 배불려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외환위기가 들이닥치자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부채비율 200% 제한으로 보유한 사업을 헐값 매각했다. 2002년까지 5년 동안 매각된 사업만 26개에 달했다. 1997년 4억5000만달러 수준이던 석유·가스개발 투자액은 1998년에는 2억9000만달러, 1999년에는 2억600만달러로 감소했다.

문제는 헐값 매각 논란이다. 삼성물산은 95년 삼성홍콩과 함께 카자흐스탄 구리광산을 매입하며 광산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2004년 8월 지분 24% 전량을 버진아일랜드 `페리 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매각 후 국제 구리가격은 폭등했고 이 회사의 주식은 2005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한전 역시 지난 1995년 378만달러를 투자해 참여한 호주 베이스워터 석탄광 지분을 1999년 380만달러에 매각했다. 벵갈라 광산과 와이옹 광산지분도 각각 1852만달러와 116만달러에 매각했다. 겨우 투자금액만 건지는 수준이었다. 유연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발전공기업에 있어 당시의 매각은 큰 손해를 안겼다는 평가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2011년 기준 국내 수입 유연탄은 1억1600만톤으로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었다”며 “당시 한전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을 포함해 유연탄 광산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게 들여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보릿고개…에너지 공기업들 `긴 한숨`

“본사 인력과 비용절감 등 20%를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사업처별로 인력을 조정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발전공기업 한 고위 임원의 토로다. 발전공기업들은 정부의 재무개선 지시로 신규 투자부문이 모두 취소됐다. 해외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발전설비 투자까지 줄이는 모양새다. 발전설비는 지난해 하계피크 이후 예방정비를 통해 설비교체를 끝냈지만 향후 추가로 투입되는 유지보수 비용까지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설비투자를 하지 않으면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몇 년째 무리한 가동을 해온 설비들의 유지보수만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발전공기업들은 진행 중이거나 수익이 나는 해외사업 이외에는 철수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산하 한 공공기관장은 “발전공기업들이 불량 자산을 내놓아도 매수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외환위기의 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표// 한국전력 자산매각 현황(단위: 만달러)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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