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출권거래제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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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겼던 배출권거래소 운영기관 선정 작업이 8일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한국거래소를 배출권거래시장 운영기관으로 지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재작년 배출권거래제 주무부처 선정에 이어 1년이 넘게 걸린 긴 기다림이었다.

이번 배출권거래소 지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첫 실타래를 이제 막 풀기 시작한 셈이다. 바람이라면 정부는 배출권거래소 지정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

사실 지난 한 해 동안 정치, 사회, 경제 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의지는 과거보다 크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경영비용 증가를 이유로 산업계의 공격 대상이 돼 버린 지 오래다. 목표관리제 대비 30~50%의 비용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배출권거래시장 개장까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 거래시장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감축 의무기업들 사이에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상호 반대편에 서서 서로의 주장만을 언급해서는 배출권거래는 새로운 시장이 아닌 규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간극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가 더욱 발 빠르게 배출권거래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들을 산업계와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야 한다. 산업부문별 기업별 감축할당량의 산정 기준과 배출권 가격 안정화 제도에서 산업계가 수긍할 수 있는 안을 고민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소로 낙점을 받은 한국거래소에도 커다란 숙제가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적정기관으로 한국거래소를 선택했지만 발전공기업 등 일부 배출사업자들은 그 적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과연 한국거래소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소의 실배출량과 감축량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투기자본에 의한 배출권 가격 급등의 우려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는 배출권거래 시범사업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해나가야 한다.

배출권거래는 분명 온실가스 감축 의무라는 규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 시장 운영기관이 함께 소통하고 준비해 간다면 규제를 넘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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