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지훈]쿠폰 비즈니스 성공의 정석 `리테일미낫`

`리테일미낫(RetailMeNot)`은 여러 브랜드 할인 쿠폰을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다.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브랜드 할인 쿠폰은 물론이고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인근 상점 쿠폰을 노출한다. 온·오프라인 모든 상점이 대상이다. 2007년 창업해 올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연간 방문자가 4억5000만명, 메일로 쿠폰을 받는 정기구독자가 9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1억4400만달러(약 1514억원), 시가총액은 15억달러(약 1조5772억원)에 이른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지훈]쿠폰 비즈니스 성공의 정석 `리테일미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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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비즈니스로 상장에 성공한 리테일미낫.<리테일미낫 홈페이지 자료>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지훈]쿠폰 비즈니스 성공의 정석 `리테일미낫`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쿠폰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은 국내에도 많다. 리테일미낫을 추천하는 이유는.

▲임지훈(케이큐브벤처스 대표)=쿠폰 비즈니스 성공 핵심을 알고 처음부터 제대로 접근한 기업이다. 개인적으로 쿠폰 사업 성공은 자금에 달렸다고 본다. 돈 있는 팀이 해야 살아남아 성과를 낸다. 창업에 성공하려면 진출하려는 시장의 게임 룰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지만 의외로 이것을 아는 팀이 많지 않다. 열정과 아이디어는 당연하다. 발은 담근 시장의 성공 포인트를 더해야 한다. 리테일미낫이 다른 기업보다 크게 아이디어나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은 없다. 성공한 이유는 처음부터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서비스를 키웠기 때문이다.

-정진욱=리테일미낫의 비즈니스모델은.

▲임지훈=쿠폰을 발급받은 고객이 해당 매장이나 서비스를 찾아 실제 구매했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사 입장에선 매출이 발생한 이후에 비용이 나가니 합리적이다. 수수료 외에 특정 브랜드를 크게 노출하는 광고 모델도 있다.

-정진욱=쿠폰 비즈니스에서 자금이 중요한 이유는.

▲임지훈=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유력 브랜드와 제휴 맺기 쉽지 않다. 큰 기업이 스타트업과 제휴할 이유가 없다. 브랜드 이미지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기업이란 믿음이 부족하다. 작은 상점 주인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상점이나 쿠폰으로 고객을 유인하려는 생각은 있지만 `왜 이 기업과 해야 하는지`가 물음표다.

이들을 움직이는 건 결국 돈이다. 스타트업 돈은 결국 투자자에서 나온다. “우리 장난으로 하는 거 아닙니다. 100억 원 쏟아 부을 거고요, 투자자는 카카오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스타벅스, 유니클로 대표 만나 얘기도 하고 제휴도 끌어낼 수 있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말은 아무런 믿음도 주지 못한다. 리테일미낫도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며 제휴 브랜드를 넓혀 나갔다.

-정진욱=유력 브랜드를 잡기 위해 꼭 큰돈이 있어야 하나. 제휴 가능한 브랜드로 시작해 사용자를 늘려 나가다보면 유력 브랜드 제휴가 수월하지 않을까.

▲임지훈=사용자가 많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으로 많은 사용자를 모을 수 없다. 쿠폰 서비스는 간단하다. 혜택을 주는 브랜드가 많으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지운다. 앱을 켰을 때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최소 10개는 있어야 한다. 자주 사용하고 가치를 느끼는 브랜드가 없다면 소용없다. 여건에 맞춰 작은 상점이나 인지도 낮은 브랜드와 제휴하고 쿠폰을 뿌려도 사용자는 쓰지 않는다. 결국 사용자는 떠나고 서비스는 실패한다. 스타벅스·유니클로가 없다면 사용자를 모을 수 없다.

초기에 큰돈이 필요한 다른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와 쿠팡은 초기 매출보다 더 많은 돈을 마케팅에 투입했다. 두 기업 모두 소셜커머스 성공의 관건이 `자금`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성공했다. 쿠폰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런 서비스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큰돈이 필요하다.

-정진욱=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큰돈을 투자할 VC는 많지 않다. 리테일미낫은 어떻게 대규모 자금을 모았나.

▲임지훈=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추정하자면 처음부터 쿠폰 비즈니스의 성공 포인트를 스타트업과 VC 모두 명확하게 인지한 덕분이다. 처음부터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어필한 스타트업이라면 VC도 신뢰가 간다. 리테일미낫 첫 번째 투자 규모가 2100만달러(약 221억원)다. 첫 투자를 이렇게 크게 받은 기업은 미국에서도 드물다. 후속 투자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VC가 게임의 룰을 아는 스타트업에게 아낌없는 투자로 성공을 이끌었다.

-정진욱=쿠폰 비즈니스가 국내에서도 기회가 있을까.

▲임지훈=충분히 있다. 기업이나 상점 입장에선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만 있다면 쿠폰을 안 뿌릴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면서 위치 기반으로 사용자가 바로 쓸 수 있는 쿠폰 배포가 가능하다. 아직 국내 시장에 두드러진 1위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도전할 만한 이유다. 좋은 쿠폰에 대한 필요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최소 1000만명이 쓸 거다. 1000억원 이상 평가받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정진욱=국내는 대기업 하나가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내가 대기업 담당자라면 다른 기업에 쿠폰을 주지 않고 자체 브랜드 모아 서비스를 만들 것 같다. 대기업 중심 환경은 스타트업에게 위험 요소 아닌가.

▲임지훈=한 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모을 순 있지만 다른 회사 브랜드는 끌어들일 수 없다. 대기업이 다른 대기업 서비스로 들어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기업은 중립적 플랫폼, 사용자는 다양한 브랜드를 모은 서비스를 원한다. 사용자는 기업 별로 여러 앱을 쓰지 않는다. 많은 브랜드를 모은 하나의 서비스만 사용한다. 관건은 대기업 유사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혜택으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거다.

-정진욱=리테일미낫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임지훈=거대한 미국 쿠폰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추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아니라 지역 확장에 집중하며 규모를 키운다. 제휴 브랜드와 사용자, 서비스 지역을 늘리며 영향력을 높일 거다.

-정진욱=쿠폰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국내 스타트업도 많다. 조언을 한다면.

▲임지훈=쿠폰 사업을 하려면 처음부터 지역이 아닌 대중을 공략해야 한다. 3억원 가지고 강남역 뚫겠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다. 처음부터 돈을 가지고 규모 있게 시작하자.

-정진욱=쿠폰 비즈니스 스타트업에게 투자할 의향은. 이 기사를 본다면 게임의 본질을 다들 이해할 텐데.

▲임지훈=초기 자금의 중요성을 어필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행력을 점검하겠다. 핵심을 아는 팀이 실행력도 있다면 제대로 투자한다. 대규모 후속 투자 가능한 다른 VC와 함께 투자할 거다.

-정진욱=리테일미낫의 시사점은.

▲임지훈=스타트업마다 성공방정식이 다 다르다. `스타트업은 이래야 한다`는 조언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이해했으면 주관대로 밀고 나가자. 돈으로 성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임지훈 대표가 평가한 리테일미낫

리테일미낫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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