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국내 소형 이차전지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중대형으로 확대됨에 따라 생산거점 조정과 제조라인 효율화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천안의 소형 이차전지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로 이전한다. 옮기는 라인은 스마트폰, 모바일기기 등에 주로 장착되는 각형으로 올해 상반기 1개 라인을 시작으로 총 2~3개 라인을 단계적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천안공장은 우선 원통형 중심으로 생산경쟁력을 강화한다. 최근 전기자전거, 전동공구 등에 원통형 전지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유일하게 원통형 전지를 채택한 테슬라모터스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 등의 원가 경쟁력과 생산성 효율화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세계 소형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기 위해 향후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천안과 울산, 중국 톈진, 말레이시아 등 네 곳에서 이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생산 공장은 2개 라인에서 각형과 원통형 이차전지를 생산해왔다. 이 공장은 1990년 만들어진 삼성SDI의 첫 해외법인으로 브라운관(CRT) 공장이었지만 CRT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이를 소형전지 라인으로 전환했다.
◆뉴스의 눈
삼성SDI의 대표 이차전지 생산기지인 천안공장 말레이시아 이전은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의미가 있다. 삼성SDI의 지난해 글로벌 소형 이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8.2%로 3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장 포화로 수익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어 집중도를 낮추는 추세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소형전지의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2~3개의 각형 생산라인을 말레이시아로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천안공장의 빈자리는 향후 중대형 라인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형 스마트기기 매출에서 벗어나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중대형 배터리는 소형에 비해 에너지 밀도 향상 등 기술고도화가 필요한 만큼 안방에서 직접 관리하며 생산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6년을 기점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ESS와 전기차 배터리 위주의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라인은 3개로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BMW 전기차가 초반부터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다 전기차·ESS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중대형 라인 증설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를 채택한 BMW의 i3가 지난해 10월 출시이후 유럽에서만 1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상반기 내 국내를 포함해 미국 등 다수의 국가에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올해만 약 4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ESS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한 니치콘과도 배터리 독점계약으로 지난해만 약 70㎿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했다. 일본 ESS 시장이 리스·렌털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어 시장 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인도 통신장비 업체인 ACME사와 향후 2년간 총 110㎿h 규모의 ESS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중대형 분야의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