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칭 어디에서건 단 15분 만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교통의 편리함은 톈진(天津) 우칭(武淸)개발구가 지닌 강점 중 하나다. 아마존의 물류센터부터 쇼핑몰 구축 현장까지 개발구 곳곳을 안내한 우칭개발구총공사 직원은 “우칭에는 제조업에 필요한 모든 기초 인프라가 다 갖춰져있다”고 강조했다.
13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우칭개발구는 톈진항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톈진의 대표 개발구다. 교통·급수·주거·발전 등 제조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부족함이 없다.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공업지대를 확인할 수 있는 톈진에는 우칭개발구와 같은 개발구가 10개나 된다. 2000년대 중국 발전을 대표하는 지역 `빈하이(濱海) 신구`도 톈진에 있다. 각 개발구는 저마다 최고의 공업 인프라를 내세운다.
`베이징은 정치의 중심, 상하이는 경제의 중심`이라고 불리운 것이 언제냐는 듯 징진(베이징-톈진)도시 경제권은 정치나 교육·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중국 제일 가는 지역으로 성장했다. 톈진은 상하이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공업도시가 됐다. 특히 빈하이 신구의 GDP는 이미 지난 2010년 상하이 대표 개발구 푸둥의 GDP를 넘어섰다.
제조업 환경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징진도시 경제권에도 문제점은 있다. 비싼 인건비와 인력난이 그것이다. 이 지역에서 저임금 중심의 단순 조립라인을 운영하기 힘든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접근성을 비롯한 여러 장점이 제조기업들을 여전히 이곳으로 이끌고 있다.
지리적으로 북동쪽에 위치한다고 해도 교통의 요지인 수도권은 중국 시장 전역으로 진출하기 가장 유리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모두 몰려있어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저임금의 이점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교두보로 징진 경제권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징진도시 제조기업 “내수 시장에 주목한다”
톈진과 베이징의 색깔은 완전히 다르지만, 두 도시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지난 2008년 개통된 고속철은 최대 시속 350㎞로 두 도시를 불과 3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이웃`으로 만들어 놓았다. 징진고속철은 아침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10~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톈진과 베이징의 관계는 우리나라 경기도-서울과 비슷하다. 톈진의 면적은 1만1946㎢로 우리나라 경기도(1만183㎢)와 유사하다. 인구는 톈진이 200만명 정도 많다. 톈진에서 산업이 발전한 것은 서울과 근접한 경기도에 산업 시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 지역 선호도가 높다. 세계 500대 기업 중 158개 기업이 379개 분야에 걸쳐 톈진에 투자했다. 지난 2012년 이들의 투자 금액은 138억달러(약 14조4200억원)에 달한다. 에어버스·삼성전자·도요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제조기업들이 이 곳에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이들은 왜 톈진을 선호하는 것일까. 그 답은 중국 내수 시장과 인재층에 있다. 특히 물류와 현지 시장 수요 적기 대응이 중요한 업종일수록 징진도시 경제권은 매력적이다. 매년 20%씩 임금을 올려주고 있다는 국내 한 부품업체는 톈진 지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적기 납품을 위해 최근에도 라인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는 징진도시경제권을 따라갈 만한 곳이 없다. 중국 정부가 톈진을 북방 최대 공업도시로 키우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었다.
지난 2008년 톈진 빈하이 신공항을 열면서 톈진 공항은 5배로 늘었다. 화물운송은 지난 2005년 10만톤에서 오는 2015년이면 50만톤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최대 화물운송 공항인 셈이다. 톈진항도 3배로 확장했다. 톈진항은 세계 10대 항구 중 하나로, 전 세계 300여 항구와 통항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GDP가 높은 베이징과 톈진 자체가 엄청난 시장이다. 두 도시만 해도 인구는 3500만명에 육박한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짓는다면 부품·소재 협력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인재에 주목하라
첨단 제조업이 베이징과 톈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 지역에서 배출하는 `인재` 풀이다. 베이징 중관춘 사이언스 파크에는 국가 핵심 연구소가 106개나 있다. 중국 국가 연구소의 29.3%에 해당하는 숫자다. 중국 최고 수준의 대학들도 밀집해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포함해 39개에 달하는 명문대학이 자리한다.
톈진의 교육 수준도 빠지지 않는다. 1745개의 학교가 있으며, 그 중 중국 10대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톈진대와 난카이대가 톈진에 위치해 있다.
이런 인재가 많다보니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제조업은 임대 비용이 비싸더라도 혹은 인건비가 부담스럽더라도 징진도시 경제권을 고집한다.
베이징의 유일한 제조단지인 이좡공업원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생명공학·자동차 등 첨단 산업에서 고급 인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물론 인재가 많다고 해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과 경쟁해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남다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쾌적한 근무 공간은 기본이다.
“톈진 젊은이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첫 번째로 발전 가능성을 따집니다. 급여와 복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톈진 도시건설대학에서 재료화학을 전공한뒤 삼성전기에서 7년을 근무한 중국인 자학문 과장의 말이다.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 세계 500대 기업에 입사할 기회도 있었지만 전공을 살리고 싶어 삼성전기 톈진법인에 지원했다는 그는 현 직장에 대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고급 인재를 보고 징진도시 경제권에 둥지를 틀었다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 관계자도 “베이징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부동산이나 금융업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재들을 첨단 산업으로 유치하기 위해 개발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갖춰 놓았다”고 설명했다.
◇허베이성까지 환 보하이 경제권 형성되나
고임금 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은 수도권에 해당하는 징진도시와 인근 허베이성까지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는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언론들은 허베이성과 베이징시, 톈진시가 단일 경제권 구축을 위한 개별 지역 협의를 마치고 기본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중국 남부와 대등한 `환 보하이(渤海)` 경제권이 형성될 수 있다.
단일 경제권이 만들어지면 인력 수급도 훨씬 수월해 진다. 또한 허베이성 연해지역이 발전하면서 고임금에 허덕이는 제조업을 이 지역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다.
베이징·톈진(중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