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창조경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한국형 창조경제`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한국형 창조경제는 새로운 발명보다는 `융합적 창조의 개념`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생산요소로, 과학기술과 ICT를 핵심 실천수단으로, 그리고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을 방향으로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접근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한국형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연구개발(R&D) 방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ICT 융합 R&D`다. 국내 ICT 기술발전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된 디지털 ICT에서 스마트 ICT로 진화했고, 이제는 융합 ICT로 거듭하고 있다. ICT 관련 시장도 속도의 경쟁에서 편리함의 경쟁으로 변화되었으며, 나아가 새로운 가치 제공의 경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는 창조경제 실현과 맥을 같이한다.
ICT 융합 R&D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재조합적 혁신(Recombinant Innovation)이 필요하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발명적인 혁신은 대단히 어려우므로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조합적인 혁신이 시도돼야 한다. 준비된 구슬을 좀 더 다듬고 꿰어 보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배운 것을 연구해 새롭게 응용할 줄 안다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공자 말씀처럼 다양한 산업과 사회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 등을 창조적으로 재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둘째, 신속한 인큐베이션(Fast Incubation) 방식의 도입이다. 국가 R&D는 규모가 커서 한번 과제가 생성되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변경이 쉽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을 더욱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 아이디어 또는 기능 중심으로 시제품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과 시장 반응을 측정한 후 개선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시장성과 품질을 조기에 검증하고, 이후 정식 과제 단계에서 성과도 제고하고 위험도 사전에 제거한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방법론과도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협력(Open Collaboration)이다. 융합의 특성상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상충되는 영역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수용, 융합에 따른 동기부여 등 열린 마음과 협업자세는 필수다. 공동 R&D는 서로 다른 지식과 지식의 조합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낸다. 개방형 협력은 초기 아이디어 및 기획 단계부터 기술사업화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적용 가능해야 하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협업의 장이 함께 제공돼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을 맞이하면서 창조경제의 성과에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는 `ICT R&D 중장기 전략` 발표와 함께 현 정부의 기조와 전략적 연계를 갖는 ICT R&D를 본격 착수했다. 또 사회 현안문제 해결과 해당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하는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를 추진해 부처 간 벽 허물기와 협업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내용을 잘 반영해 추진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명 미래창조과학부 총괄/창조융합 CP ymkim001@k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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