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발 전기산업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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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산업 성적표가 나왔다. 예상치이긴 하지만 언뜻 보면 `우수`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던 전기산업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수출액은 150억2800만달러에 이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100억달러에 못 미쳤던 걸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연평균 수출 증가율도 수년째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제조업 평균을 웃돌았다. 업계는 전기산업이 수출효자 품목으로 변신했다고 희색이 만연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수출이 늘어난 만큼 수입도 늘었다. 흑자 규모는 줄었다. 새해에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변수 탓이다. 중국은 자국 내 입찰 건은 중국 내 등록법인으로 한정하고 합작 협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기술이전은 필수다. 현지 공장 및 생산설비도 갖춰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제반 조건을 갖추고 중국 내 입찰에 참여해도 낙찰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생산설비나 공급실적에 상관없이 중국 기업의 국내 입찰 참여를 허용한다. 최근 중국 업체인 나리의 전력관리시스템이 국내 변전소에 적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싸다는 이유에서다.

거대 중국이 `낮은 가격`이라는 창과 `규제`라는 방패로 들이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조달시장 개방`이라는 문으로 중국을 맞이하며 `최저가 입찰`이라는 제 무덤을 판다.

올해 전기산업 대중국 적자규모는 20억82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009년에 비해 무려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에서 최대 수입국으로 변모했다. 중국의 수입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새해에는 5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에 수출비중은 올해 34.9%로 15%p 이상 차이난다. 양국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다.

중국산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형평성이 문제다.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산 전력기기의 진출을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 기업이 보호받지 못하면 국가 인프라를 구성하는 전력기기가 중국산 일색이 될 수도 있다.

새해에는 한중 FTA까지 앞두고 있다. 형평성을 잃으면 FTA 체결 전에 이미 진 싸움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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