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통경영, 진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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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이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경영자와의 트위터 대화` 행사를 추진했다가 망신을 당한 일이 있었다. JP모건은 트위터 아이디를 만들어 대학생들과 자사 지미 리 부회장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트위터에는 JP모건이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부실 판매했다는 등 `도덕적 해이`를 조롱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행사는 중간에 취소됐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JP모건의 가장 큰 실수는 실제로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었지만 이번 사건만 놓고 본다면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대중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에 너무 천착한 나머지 더 큰 전제를 간과했다. 투자은행(IB) 관련 전문지식을 젊은 층과 나누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평소에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이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만들어낸 이벤트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소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중이나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내부 조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이 많다.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이른바 `스킨십 경영` `소통 경영` 등을 표방하면서 직원들과 식사한다거나 등반 대회, 간담회 등을 간헐적이고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소통을 중시하는 긍정적인 경영 트렌드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런 보여주기 식 소통 경영은 문제다. 소통은 진정성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오랜 기간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없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에는 `편지`라는 소통 채널이 있다. 편지는 다분히 정서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어 CEO와 직원 관계가 아닌 인간 대(對)인간의 소통을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사람 사이에는 조금 더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 상하 소통이 원활한 조직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지난 3년간 일주일마다 한 번씩 경영 계획과 경영 일선에서 느끼는 소회를 적어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CEO가 일선 직원들과 소통하자 임원들도 자발적으로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편지를 받은 직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답장을 보내온다. 한 달 만에 답장이 2000통 넘게 쌓인 적도 있다. 직원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 덕분에 회사는 더 나은 경영 방법을 고민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

편지로 소통을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넘었다. 소통 방법, 진정성, 지속성이 제대로 갖춰져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JP모건의 문제를 되짚어 보자. 젊은 층과 소통을 위해 진행한 이벤트가 오히려 회사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JP모건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델컴퓨터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아이헤이트델닷컴(ihatedell.com)`이라는 안티사이트가 생겨난 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소비자의 불만이 폭주했다. `짜증나는 델(Dell suck)`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확산됐을 정도다.

델컴퓨터는 일련의 일들을 겪고 나서 서비스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기업 블로그와 트위터 아이디를 개설해 고객들의 불만을 직접 듣기 시작했다.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만난 델은 트위터 개설 2년 만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매출액이 650만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대외·대내 소통, 그 어느 것이든 소통의 기본은 역시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tskim@kdc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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