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결산]환골탈퇴하는 원전

원자력발전소는 올 한 해 에너지 분야의 가장 큰 이슈였다. 특히 지난 5월 원전 부품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저발전을 담당하는 원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됐다. 비리와 맞물린 일부 원전이 가동을 중지하면서 지 여름 최악의 전력수급난을 겪기도 했다.

[2013 결산]환골탈퇴하는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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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납품업체와 시험기관, 검증기관과 발주처 사이에 얽힌 원전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품질보증서류 위조, 납품계약 비리, 뇌물 수수 등으로 검찰의 기소 대상자만 100명에 이른다. 승인되지 않은 위조 부품 때문에 큰 원전이 잇따라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최악의 전력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더 이상 원전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전관예우 금지,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공기업 퇴직자들이 협력업체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비리제보자에겐 포상금을 지급하고 구매계획을 인터넷에 공개토록 의무화했다. 품질시험기관이 서류를 위조하지 못하도록, 제3의 검증기관이 진위를 재확인하도록 했다.

원전비리는 그동안 기저발전을 담당해 온 원전을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도 반영됐다. 5년 전에 마련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41%까지 높이기로 했던 원전 비중을 이번에는 29% 대로 묶기로 했다. 그동안 고수해 온 원전 확대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한수원은 원전비리, 잦은 고장정지 등과 관련 무한책임을 통감하고 내년을 `원전비리 없고 안전성에 신뢰받는 원전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한수원은 회사 경영의 핵심 3대 축인 조직, 인사, 문화 혁신을 광범위하게 시행해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경주할 방침이다. 비리근절을 위해 구매사업단내 부품 원가조사와 협력사 관리기능 신설해 발전과 건설 계약업무를 통합했다. 감시부서인 품질보증실과 감사실 기능을 품질안전본부로 확대해 사내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폐쇄성의 근본원인인 원자력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내년까지 본사 1급 간부직에 외부인재 영입을 대폭 확대한다.

원전비리와 맞물려 지난여름 전력수급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정부는 국민에게 절전을 읍소했고, 공공기관은 모든 냉방기를 껐다. 대기업들도 절전규제로 각자 할당받은 전력절감량 준수에 열을 올렸다.

전력전문가들은 올해 전력위기를 21세기 들어 최악이라고 평한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은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것이었지만, 올해는 순수하게 공급량이 부족한 탓으로 위기감은 더 컸다. 원전의 무더기 정지로 국가 총 전력생산량의 10분의 1이 빠지면서 전 국민은 반강제적으로 절전대열에 참여했다. 여름과 겨울이면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이제 관심은 언제쯤 전력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올겨울 정부는 전력수급상황이 안정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9.15 순환정전 이후 처음이고, 전력수급 안정을 국가 차원에서 발표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겨울 최대 전력공급능력을 8595만㎾, 최대 전력수요를 8050만㎾로 내다봤다. 예비전력 500만㎾ 이상으로 전력수급경보상 `정상` 수준이다. 여기에는 곧 가동 예정인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원전의 정상가동이 전제되어 있다. 만약 이들 원전이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면 올겨울 전력수급 역시 경보단계 `준비`와 `관심`을 오고가고, 정부는 절전규제 카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새해 전력수급 전망은 기대와 우려 사이다. 이번 정부의 전력수급 안정발표는 국가 전력수급이 이제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여기에 원전에 버금가는 복합화력발전소 가동도 계획됐다. 지난 2년간의 절전습관과 공급능력 증대가 전력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석탄화력발전소다. 일각에서는 올해 유독 고장이 많았던 원전 다음으로 새해에는 석탄화력의 고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억제하기 위해 석탄화력이 3년 가까이 저열량탄 사용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2014년 주요 발전소 준공계획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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