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자신의 일정표 속에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을 입력한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자 집안의 모든 사물들이 약속이나 한 듯 그동안 쌓여있던 집안 일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남자와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가 깨져 집으로 돌아왔다. 또 다시 집안의 모든 기기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평소 자주 보던 음악과 영상을 찾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남자의 울적한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서다.
마치 영화같은 이 영상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을 꿈꾸는 어느 기업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내용이다. 혹자들은 이 영상을 두고 단지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물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인간의 행동과 주변 상황에 반응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이미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인터넷은 지난 20년간 급격한 속도로 발전했다. 1990년대 초고속정보통신망의 등장으로 멀티미디어 생태계가 구축된 이후, 2000년대는 광대역통합망이 통신, 방송, 인터넷을 하나로 묶었다. 앞으로의 20년 역시 변혁 정도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현재의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지나 2020년대 이후부터는 센싱을 이용해 모든 것이 초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린다. 즉 `제4의 IT물결`이 일어나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이 가져다줄 변화에 대비해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수립 및 지원을 하고 있다.
EU는 지난 2009년 `사물인터넷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사물인터넷을 2025년까지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설정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IoT 세상을 주도하기 위한 인터넷 신산업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스마트폰, SNS, 무선통신 등 최신 기술의 홍수로 급진적 변화 속에 살고 있고 대외적으로 다양한 투자와 노력 속에 이루어진 ICT 강국으로서 사물인터넷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ICT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인문사회기술을 융합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신기술 및 신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당 신산업 간의 이해를 기반으로 정보의 수집, 유통, 분석 및 활용이 필수적인데, 사물인터넷이 그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정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센서, 사물과 사물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 장소와 시간에 구해를 받지 않는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용자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단말 기술들을 중점 연구하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펼쳐질 다양한 분야 간 융합산업에서 그동안 인간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이 서로 감동하고, 사랑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한다. 그간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공급자 입장에서 기술을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수요자 중심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소프트웨어적 혁명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앞으로 벌어질 미래 사물인터넷 세상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종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융합기술연구부문 소장 jd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