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음식물쓰레기 처리, 패러다임 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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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식 매직카라 사장

2013년 대한민국은 연초부터 음식물쓰레기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골목마다 수거하지 않은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났고 `배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 보관해 달라`는 안내문이 아파트 승강기마다 붙었다. 올해부터 음식물쓰레기 폐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육상에서 처리해야 했다. 처리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된 수거업체들이 이를 현실화해달라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결국 처리비용을 대폭 올려주고 상황을 일단 봉합했다. 그러나 언제 또 같은 상황이 도래할지 알 수 없다.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는 약 550만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885만 톤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음식물쓰레기는 2008년부터 1인당 하루 발생량이 0.31㎏으로 연평균 3%씩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악취 유발, 환경오염, 처리비용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된다.

음식물쓰레기는 재활용, 매립, 소각 등으로 처리되다 2005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직매립법`이 발효되면서 대부분의 음식물쓰레기는 재활용 처리과정을 거치고 있다. 실제로는 품질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로 수수료 부담에 의한 경제적 자극으로 감량을 유도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국 144개 시 단위 이상 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했다.

오래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정이나 업소 등 배출원처리 방식이 제안됐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결국 음식물쓰레기는 수거, 운반해 집단처리시설에서 처리하는 선수거·후처리 방식으로 처리됐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주거환경 오염, 수거 운반비용의 증대, 수거 처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오염, 혐오시설 증대, 수거시점과 처리시점의 차이에서 오는 부패, 이에 따른 처리결과물의 품질 저하 등 많은 문제점들이 대두된 것이다.

이제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하다. 몇 년 전 가정용 음식물처리기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젖은 음식물쓰레기를 건조해 감량해주는 제품으로 초기에는 음식물쓰레기를 편하게 처리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악취, 긴 처리시간, 과다한 전기료 등 때문에 소비자단체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최근에는 더욱 발전된 배출 원처리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정용 분쇄건조방식음식물처리기를 이용해 시범사업을 진행해봤다. 수거된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80% 이상 감량됐고, 그 형태도 물기 없는 가루로 수거, 운반, 보관이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잠재성에 비해 저평가됐던 음식물쓰레기처리기가 시범사업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감량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게 된 사례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나온 완전 건조된 결과물은 발열량이 4000㎉에 달해 신재생에너지인 고형연료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분석됐다.

음식물쓰레기를 배출원에서 처리하는 데는 그간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고, 오랜 시간 외면받기도 했다. 가정이나 업소 등 배출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발전된 기술들이 나오고, 그 적용 가능성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적극적 활동들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좀 더 거시적 안목에서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제대로 된 처리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로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다양한 방법과 견해들을 모으고 실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들이 도출될 것이다. 진정한 녹색성장을 위한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최호식 매직카라 사장 chsk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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