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결산]경제·금융

`상반기 부진, 하반기 기지개`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올 한해 성적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올 1분기만 해도 8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저성장 터널에 갇혀 허덕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2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대로 올라서며 2년 만에 0%대 시대를 마감했다. 이어 3분기에도 3%대 성장을 기록하는 등 2분기 이후 턴어라운드 기세가 뚜렷했다.

4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2~3%대 성장은 무난할 전망이다. 내수와 민간소비, 설비투자 역시 2분기 이후 완화세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소비자물가는 수입물가 하락 등으로 1% 내외의 낮은 상승률을 지속했다. 수출도 하반기 이후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일평균 수출액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최근 엔저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다소 영향을 받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경험한 학습효과가 있어 이전보다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600억달러대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단기적, 순환적 측면에서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 수익성 하락,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3년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는 단연 `동양사태`였다. 동양그룹이 부실위험을 숨기고 계열금융사를 동원해 CP·회사채를 발행했고 4만1000명 투자자에게 1조6000억원 피해를 입혔다. 동양사태는 감독 부실의 금융감독 당국, 동양그룹 모럴헤저드, 동양증권 불완전 판매 등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개미`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불명예 금융사고로 기록됐다.

투자자 중 약 절반이 전화계약 체결, 대리서명, 투자성향 조작, 불충분한 위험 고지 등 불완전 판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불완전 판매의 확인, 분쟁조정, 소송 등 멀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금융권을 강타했다. 보험 업계는 올해 한화손보의 고객정보 15만7000여건에 이어 메리츠화재에서도 16만3400건이 유출됐다. 뒤이어 외국계 은행의 고객정보도 대거 유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한국SC은행은 최근 10여만건, 한국씨티은행은 3만여건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혐의로 위·수탁업체를 포함한 관계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올해 보험사에 이어 은행까지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권 고객정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